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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매우 매우 짧고 다듬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우비太陽雨, 4편 - 호우2

2025.06.15.













"동생이라고?"


거짓말! 부풀린 두 볼에 불만을 가득히 채우고 소리치던 사사키를 뒤로하고 미츠이가 발걸음을 옮겼다. 미야기의 손도 아니고 손목을 잡고 축제 거리를 하염없이 걷기만 했더니 "밋쨩" 하고 뒤에서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있다. 그..., 오늘 즐거웠어. 시원섭섭해 보인다고 해야 할지, 후련해 보인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미야기의 표정에 미츠이가 입을 살짝 열었다. 마음 같아서는 축제가 끝나도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지만, 보내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절로 힘이 풀렸다. 그리고 마주보지도 못한채 그자리에 서 있기를 몇 분. 왜 갑자기 분위기가 서먹해진건지 미츠이는 이해할 수 없다가도, 오늘은 외박할 생각도 없었고 미야기를 또 늦은 밤까지 잡아둘 수는 없어 그저 집에 보내줬다.

미츠이로부터 멀어지며 미야기가 손을 흔들었다. 심장이 이상하게 욱신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묵묵히 집을 향해 걷기만했다. 미츠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단어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생」 아무래도 미츠이는 미야기를 그저 동네 친한 동생으로 여기기로 한 것 같다.

동생… 이라고.

나오기 전까지 돌보던 아픈 여동생이 생각났다. 고열로 정신이 없을 텐데도 오빠 생각부터 하던 미야기 안나... . 확신 할 수 있는건 미츠이가 말하는 '동생'이란 개념이 미야기 료타가 안나를 떠올리면 드는 기분이나 느낌과 동일하진 않을거라는 거다. 그건 미야기 료타가 일찍 떠나버린 형을 떠올리는 마음과도 다르다. 홀로 걷다 길게 늘어진 축제 천막의 마지막 가게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적해보이는 천막 안쪽은 가면이나 악세사리, 작은 인형들이 걸려있었다. 일어서서 물건을 정리하려던 주인은 미야기가 망설이자 편하게 둘러보라며 도로 자리에 앉았다. 감사하다 고개를 살짝 숙인 미야기가 천막 안쪽을 빠르게 훑더니 여동생에게 줄 선물을 하나샀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작은 동물 인형의 열쇠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갈색 털, 땡그랗고 까만 눈, 느른하게 웃고 있는 입. 열쇠고리에는 300엔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주머니를 뒤져 300엔을 꺼내 내밀자 주인은 미야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200엔만 가져갔다.


"마감 세일."


이라는 말과 함께.




✶




만연한 여름이었다.

소나기 한 방울도 없이 뙤약볕만 내리 쬐는 날이 계속 됐다. 미츠이는 또 천장만 바라보며 나무바닥에 드러누웠다. 히, 후, 미 고양이도 서로 붙어있지 않고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자리를 찾아 저마다 누워있었고 그런 고양이들을 돌아가며 쓰다듬는 미야기가 있다.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의 감촉을 느끼며 만족한 미야기의 입이 고양이 입 같다. 그 모습이 왜인지 마음에 걸려서 미츠이는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하다하다 금수에게 질투를 느끼나?

미츠이와 미야기,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 평소와 같아 보여도 실은 전혀 달랐다.

우선 미야기도 고양이도 애교가 사라졌다. 그 며칠 사이에 성장이라도 한 건지, 미츠이에게 먼저 다가와 부비거나 등에 몸을 기대는 일이 없다. 서운하다가도 더워서 그러겠거니 굳이 묻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스로도 너무 더워서 낮 동안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괜히 열 오르는 생각을 할 필요는 더더욱 없지. 그리고 미야기가 무슨 이유에서건 이 미츠이가 싫증났다면 이 허름한 창고에 찾아오지 않으면 될텐데 여전히 옆에 있는 건 그대로 아닌가? 매일 저녁 샛별이 뜰 무렵에 농구공을 들고 원온원하러 가자 부르면 머뭇거리긴 해도 거절한 적도 없었고.

그날도 공터 이곳저곳에 길게 자란 강아지풀을 뜯어 고양이와 함께 놀던 미야기를 꼬셔 야외 코트로 데려갔던 날이다. 어쩌다보니 원온원보다 슛을 번갈아가며 넣는 대결이 되어있었다. 애초에 3포인트가 특기인 저를 상대한다는게 말이 안되니까 미츠이는 미야기의 대범함을 높게 샀다. 아무래도 기특하고 귀엽잖아. 저 작은 키로 나를 이겨보겠다는게. 늘 농구해도 소극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미야기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더 가까워진 것 같고.


"드디어 이겨볼 생각?"


어쩌면 동생으로 남기 싫어 오기를 부린 걸 수도 있다. 도발적인 미츠이의 목소리에 미야기가 훙, 소리를 내며 높게 점프했다. 지금까지 미츠이와 함께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진 않았는지 꽤 그럴듯 했다. 손목 스냅과 함께 농구공이 미야기의 손끝을 떠난다.

짙은 보라색이 된 하늘에 가로등 불빛을 온몸에 받은 미야기가 떠올랐다. 하늘거리는 머리칼, 떠나보낸 농구공에 고정된 갈색 눈동자. 높이 떠오른 그 몸을 받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미츠이가 손을 들어올렸다가 터엉! 하고 공이 림에 맞고 튕겨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점수내지 못한 공이 데구르르 코트위를 굴렀다. 미츠이가 배를 잡고 떠나가도록 웃는게 미워서 달려들다가 미야기의 정수리에 톡, 토독 떨어지는 비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코트 위의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는게 느껴졌다. 미츠이를 때리려 뻗은 팔을 빗방울이 적신다. 대기의 열을 흡수해 미지근했다. 공원의 풀 냄새가 짙어지고 비오는 날 특유의 물 비린내가 코끝을 스쳐서 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이내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쏴아아 쏟아지는 비가 비현실적 같았다. 미츠이가 가방에서 스포츠 타올을 꺼내 멍해진 미야기의 머리에 얹었다.


"료타, 달려."






공터까지 쉬지 않고 빠르게 달려온 두 사람이 숨을 몰아쉬었다. 둘 다 머리가 내려앉아 꼴이 말이 아녔다. 미츠이보다 머리가 길었던 미야기는 눈까지 가려 손으로 계속 털어내기 바빴다. 창고까지 이어진 비좁은 길이 진흙탕이 되기 전에 빠르게 걷기 시작하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날카로운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미츠이가 경계하듯 그자리에 멈춰 고개를 들었다.


"료타, 잠깐...!"


뒤이어 하악 거리는 고양이들 소리에 미야기가 미츠이의 부름도 무시하고 먼저 달려갔다. 열린 창고 문 앞에서 꼬리를 몸에 말아 숨긴 히와 후를 뒤로하고 털을 바짝 세운 미가 자신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수컷 고양이를 상대하고 있었다. 뭐지? 처음보는 고양이? 쏟아진 비를 피하려고 온걸까? 무슨 상황인지 머리로 짐작하기도 전에 검은 형체가 재빠르게 움직여 미를 덮쳤다. 두 짐승이 뒤엉키고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싸운다. 그리고 커다란 수컷 고양이가 미를 앞발로 짓누르고 뒷다리를 콱 물어 비틀었다.


“저리 가!”


미야기가 소리지르며 들고 있던 농구공을 두 마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텅, 텅 튕겨온 농구공에 키이익 소리를 내던 고양이는 미야기를 보고 대치했다. 뒤이어 달려온 미츠이가 발을 몇 번 굴러 위협하자 순식간에 풀숲으로 사라진다. 히와 후는 여전히 고양이가 사라진 곳을 주시하며 문 안쪽에서 하아악 거렸고, 미는 다리를 세우지 못한 채 쓰러져 앓았다. 그모습에 놀란 미야기가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흥분한 미가 발톱을 세우고 미야기의 손을 피하려 움츠러들었지만, 이내 익숙한 손길임을 알아차렸는지 입을 열고 개구호흡하며 진정하려했다.


“… 농구하러 가지만 않았어도… ."


털에 핏자국이 남은 삼색 고양이를 끌어안으며 미야기가 울먹인다.


"괜찮았을거야!"


왜 가자고 한거야. 농구는 언제든 할 수 있는거잖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미야기를 덮쳐서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미츠이를 향해 소리쳤다. 그 외침에 미츠이는 지난번부터 왜 고양이와 함께 있는 미야기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는지 깨닫는다.

어쩌면 미야기는 지금까지, 이 녀석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농구를… .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이 공터도 언젠가 전부 치워지고 건물이 들어설테고 그럼 아늑해보이는 이 비밀 기지도 더는 없을거다. 게다가 고작 중학교 1학년이 혼자서 고양이 세 마리를 매일 돌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태풍이 오면? 눈이 오면? 오늘은 고양이었지만 들개가 오면? 너는 네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고 전부 지키려고 할 테지.

그러니까 너는 더 이상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돼.

비에 젖은 고양이를 더 품안으로 끌어안는 미야기의 몸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며 미츠이도 울분에 차올라 소리쳤다. 방금까지 그렇게 즐겁게 코트 위를 뛰었으면서.


“웃기지 마, 료타. 나한테 이 녀석들이 너보다 소중할 리 없잖아!”


미야기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차마 미츠이를 바라보진 못한 채.


“더는 이녀석들을 핑계로 네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마. 내 시간을 헛되게 하지 말라고.”


미츠이가 기어이 눈물을 흘리는 미야기에게 다가가 품에서 삼색 고양이를 뺏어 든다. 문 앞에서 움츠러든 다른 고양이들도 품에 안아 들었다. 그저 저를 허망하게 올려다 보는 미야기는 그대로 바닥에 둔 채.


“내일부터 여기에 오지 마. 나도 안 올 거야. 이 녀석들도 없을 거고. 내가 데리고 갈 거니까.”

“왜! 싫…, 어! 밋, 쨩 어째서… .”

“너랑… 있고 싶지만, 이러지 않으면 넌 농구 안 할 생각이잖아.”

“… 그게 무슨.”

“나는 료타가 농구를 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츠이가 발걸음을 뗀다. 아니야, 가지마. 제발. 아직도 바닥에 앉아 울고 있는 미야기는 미츠이가 떠나가는 것도 모르는데, 점점 두 사람의 비밀기지로부터 멀어진다. 농구하는 네가 진심으로 좋아. 그래 널 좋아하니까. 처음 봤던 그날부터 분명 그랬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신경이 쓰여서.


“다음에 같이 또 하자.”
























“아, 농구부에 입부하려고?"

“네."

“학년, 이름, 주 포지션 알려줄래?"

“1학년, ... 미야기 료타, 포인트 가드."

“미야기, 반가워. 나는 2학년에 코구레 키미노부. 이 종이에다가 더 자세히 적어서 제출하면 돼."






















아무래도 어린 미츠이의 다정함은 더 다듬어지지 않아서 미야기에게 치명적이었을 것 같아요.

여우비는 여기까지만 공개하고 이후 이야기는 대태온3 단편 재록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여우비

B6, 금박, 단편 재록본


뒷부분은 약 1만 4천자 정도 더 추가됩니다!

대태에게 일어날 일은 다 일어나는 두 사람의 재회가 주된 이야기입니다... .


+고양이 밋쨩은 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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