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단지처, 불륜 소재.... 이지만 기대하시는 그런 뽕빨은 없는 것 같습니다....
- 료타가 좀 밝힙니다.
옆집 남자
2025.06.08.
매일 아침 8시, 료타는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한다.
현관을 나서며 다녀오겠다는 남편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결혼 3년차, 아니 이제 4년차를 들어서고 있다. 완전 신혼이라 하기에는 애매하다 해도 그렇지, 남처럼 취급할 이유는 없지 않나. 요즘 야근으로 늦게 들어오는 날이 늘어 아침에는 피곤한 걸 수도 있지. 분명 그런것일거라고, 료타는 앞치마 앞자락을 손으로 그러쥐다 놓는다. 요 몇 달간 동한게 없는 부부. 그게 과연 피곤함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일까. 그래도 그보다 일찍 일어나 좋아하는 반찬으로 가득 채워 넣은 도시락을 준비한건 나름 반려된 도리였다. 그가 집에만 있는 료타를 어떻게 생각하던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니까.
거실 바닥에 앉아 빨래를 개던 료타는 탁자 위 작은 시계를 확인하고 일어난다. 오늘은 버릴 쓰레기가 없는데… 집 안을 한 번 둘러보더니 기어이 베란다 창고까지 열어 확인했다. 버릴 생각이 전혀 없던 종이 박스를 꺼내 접어 들고 현관 앞에 선다. 문을 열기 전에 료타는 숨소리도 줄이고 청각에만 집중한다. 얼마안가 옆집 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숨을 길게 내쉬고 똑같이 문을 연다. 그러니까 료타가 현관을 나서기 전 옆집에서도 누군가가 나왔다는 뜻이다.
3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진 옆집에서 나온 남자는 오늘도 가볍게 웃으며 다정하게 인사해온다.
"다카하시 씨, 좋은 아침입니다."
료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그를 빠르게 훑었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넓은 등.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낮은 목소리, 그 울림을 따라 시선을 서서히 옮기면 료타가 지금까지 봤던 사람 중 제일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짙은 눈썹에 차분한 올리브 색 눈… . 료타를 바라보며 살짝 올라간 왼 입꼬리 아래에는 고상하게 빚어진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흉터가 그어져있다. 료타는 그의 피부 위로 희게 올라온 흉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다카하시 료타의 옆집에 살아도 괜찮다는 이유같아서. 아문 정도를 보면 지금보다 젊었을 때에 생긴 듯 하다. 어쩌면 이웃에게 다정해도 실은 거친 부분이 있는걸지도.
다시 료타의 눈이 그의 몸쪽으로 움직인다. 짙은색의 깔끔한 수트는 핏이 딱 맞는다. 왼 손목에 늘 차던 시계는 명품 브랜드의 인기있는 모델이었는데, 주말 사이에 새로 산걸까? 스마트 워치다.
"이건, 운동을 시작해서..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빤히 보고있던게 티가 나 옆집 남자가 왼 손목의 위쪽을 만지며 먼저 말했다. 료타가 앗, 하고 시선을 떼어내고 또 끄덕였다. 사실 그의 손목에 무엇이 걸려있든 상관 없었다. 료타가 집중하고 있던건 시계보다는 그의 긴 손가락이라던가 힘줄선 손등, 그리고 팔뚝 같은거였으니까.
그렇구나, 운동… .
그럼 더 훌륭해지시겠네요.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남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료타, 무슨 말이야. 당연히 이상하게 보겠지. 남편이 있으면서 대놓고 남자를 밝힌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맨션에 하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두 사람의 눈은 층수가 바뀌는 숫자판에 고정되어 있다. 두사람 다 어느 움직임도 없는데 옆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료타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남편과는 다른 남자.
그렇다고 남편이 완전 못난 사람인 건 아녔다. 료타보다 조금 더 키가 큰 남편은 나름 식단 조절도 하고 여유로울 때에는 러닝도 하는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옆집 남자가 너무 달라서 그래.
1층에 맨션 뒤편에 있는 분리수거 장에 가기위해 료타가 내리면 남자는 지하 주차장까지 더 내려간다. 문이 닫히기 전에 료타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네. 타카하시 씨도."
—
마지막에 본 남자의 표정이 어땠더라. 엘리베이터의 두터운 문이 닫히면서 가려지던 그 얼굴을 떠올린다. 희미하게 휘어진 눈꼬리. 매일 아침 마주치는 사이여도 다녀오라는 말도 다녀오겠다는 말은 없었지만—.
내일은 또 뭘 들고 나가야... .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마다 료타는 두 명의 남자를 배웅한다. 한 명은 남편이고 다른 한 명은 미츠이로 명실상부한 외간 남자다. 그것도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남자. 그가 옆집으로 이사오고 몇 주간 지속되고 있는 기이한 루틴이다. 매일같이 쓰레기를 일부러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일은… . 그래, 내일은 은행에 볼일이 있다고 해볼까. 아니지 차라리 피트니스 센터에 간다고 하는 게 더 좋을 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미츠이 씨, 운동 시작했다고 했지.
「같이 갈까요?」 라 말하면 어쩌지.
거실 바닥에 누워 키득거리며 웃는 자신에게 놀라 빠르게 입을 가렸다. 안 돼.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눈으로 즐기는 것까지는 괜찮다. 분명 다른 집도 TV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나 노래부르는 아이돌을 보며 황홀해하지 않던가. 그렇지만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미츠이와의 접점을 늘리는 건 좋지 않다. 분명한 사심이고 욕심으로 더 커지기 전에 접어야 했다. 재미없어도 여기가 내 집이고, 이미 결혼한 사람으로 버젓이 남편도 있고… … .
그래. 나는 다카하시니까.
후우— 길게 내쉰 숨과 함께 온몸의 기운이 빠졌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널브러져 있는데, 조금 열린 거실 창 너머로 하교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오늘 저녁거리며 내일 아침 도시락 반찬이며 괜찮은 가격으로 사려면 늦지않게 나가야 한다.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다. 곱슬거리는 머리는 대충 빗어 넘기고 캡모자를 썼다. 얼마전에 만났던 여동생이 쓰라고 준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장바구니를 들고 지갑과 열쇠를 챙겼다.
마트 입구에서 나눠준 전단지의 「오늘의 세일」 따라 사야할 과일이며 야채를 담았다. 카트가 절반 정도 찼을까… . 계산대 뒤로 길게 선 줄을 기다리다 냉장고에 달걀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게 떠올라 다시 걸음을 돌렸다. 신선식품에 우유, 치즈를 지나 달걀 코너를 살펴보는데 뒤에서 누군가 “다카하시 씨.” 하고 부른다.
처음듣는 목소리였다면 심장이 편했을텐데, 안타깝게도 듣자마자 누구인지 바로 알 수있는 목소리였다. 오늘 오전에도 들었던 끝내주게 좋은 목소리. 오히려 평소와 다르게 캐쥬얼한 옷에 캡모자까지 눌러 쓴 자신을 알아본 미츠이가 신기하기도 했다. 고장이라도 났나, 아린 건지 기쁜 건지 모를 속내을 뒤로하고 뒤돌아봤다.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친 흰 셔츠 차림의 미츠이가 브로콜리와 닭가슴살 두 팩을 들고 어색하게 서 있다. 그 모습이 옆집 남자와 너무 안어울려서 료타가 소리내 웃자 미츠이의 뺨이 조금 붉어졌다.
“어차피 미츠이 씨 옆집이니까 제 카트에 담아요.”
멋쩍은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료타 옆에 섰다. 이제 사야하는 건 전부 골라 담았으면서 료타는 미츠이와 함께 마트를 한참 돌아다녔다. 떨어지지도 않은 간장이나 설탕을 괜히 들어본다. 그런 료타를 보며 미츠이가 "이게 좋은건가요?" 묻기도 했다. 짧고 평범한 대화였지만 그게 즐거워서… .
남편한테서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폰에 커다랗게 뜬 남편의 이름에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절대 그럴리 없지만서도 혹시라도 남편이 료타의 미츠이를 향한 비밀스런 마음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옆에 선 미츠이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료타." 스피커 너머로 심드렁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네, 여보." 거의 자동으로 대답했다. 순간 미츠이의 시선이 강하게 꽂힌 것 같았는데, 착각일까.
"야근? 응. 알겠어요. 집에 오면 도시락 꺼내두고. 응. 당신도 힘내."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놀라울 정도로 평소와 같은 대화였다. 료타는 조금이라도 남편이 의심하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애정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더라도 좋으니까. 통화 중에서 다시 기본 화면으로 돌아온 폰을 멍하게 보기만 했다. 작은 관심이라도 바라는 듯한 자신의 얼굴이 새카맣게 잠든 액정에 비쳐보였다.
"남편 분?"
"네, 오늘도 늦을 것 같다고 해서."
"오늘도?"
"요즘 일이 많이 바쁜가봐요. 그나저나 미츠이 씨는 일찍 퇴근하셨네요."
"음."
남편 이야기를 길게 하고싶지 않아 빠르게 넘겼더니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미츠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카트의 끝을 잡아 멈춰 세우더니 손잡이의 주도권을 료타의 손에서 가로챈다.
"부인, 혹시."
다른 의미로 뛰기 시작한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료타가 의아하게 올려다보니 올리브색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다 깜빡임 한 번에 도로 곧은 눈빛이 된다.
"… 아닙니다."
에?
싱겁다 못해 아쉬웠다.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이 없어진거나 다름없는 료타에게 옆집 남자는 무슨 말을 하려 했던걸까. 말하려다 그만둔 이유는 뭘까.
솔직히 「괜찮으시다면 저녁이라도 같이 할까요」 같은 말이 이어질거라 생각했다. 사심을 접으려고 마음 먹은게 고작 몇 시간 전. 동네 마트에서까지 기대하게 해놓고 "아닙니다" 라니! 료타는 입술을 내밀고 뾰루퉁하게 계산을 끝내자마자 장바구니에 자기 물건만 챙기고 미츠이보다 앞서 걸었다.
흥, 데친 브로콜리에 구운 닭가슴살이나 먹으라지.
엘리베이터에서 한 호수 더 가까운 미츠이의 집 앞에 다다르자 남자가 좋은 저녁 보내라며 매너있게 말해왔지만 료타는 답없이 그의 앞을 쌔앵 지나쳤다.
열쇠로 문을 열고 빠르게 집으로 들어간 료타는 장바구니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불꺼진 거실 쇼파에 무너졌다. 미츠이 씨가 밉다. 이미 결혼한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 목소리로 다정하게 불러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건 자연재해나 다름 없는데. 그리고 그를 ‘미워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제 신세가 끔찍하게 싫었다. 나는 왜 다카하시 료타인걸까. 당신은 왜 내 옆집으로 이사온거고. 왜 이렇게 늦게 나타난건데. 역시 미워.
이제 다시는 배웅하지 않을거야.
료타는 결심한대로 며칠간 남편의 출근만 배웅하고 미츠이가 나가는 시간에는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옆집 현관이 열리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 미츠이가 출근하는 시간에는 침실 방문까지 굳게 닫고 이불 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러다 어느 저녁, 모처럼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다음주 월요일부터 다른 지역으로 장기 출장을 갈 것 같다고 말한다. 얼마나 오래 가 있어야하느냐고 료타가 묻자, 우선 한달 정도 있다 올거라고 했다. '우선’이란 말은 한달보다 더 길게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꽤 이른 아침에 눈을 떴는데 침대 옆자리는 이미 비어있다.
그렇구나, 오늘부터 도시락 준비를 하지 않아도 돼. 남편은 해도 안뜬 새벽에 나간건지 너른 이불 안쪽이 차가웠다. 출장이라… . 외롭다. 료타는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좀 더 잠을 청했다. 할 수 있는게 잠 자는 것 말고는 없기도 했고.
옆집 남자를 일부러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일주일이 넘어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버려야할 쓰레기가 많아진게 문제였다. 미츠이의 출근 시간도 아니고 퇴근시간도 아닌 애매한 시간을 골라 문을 열었더니, 아주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옆집 문이 열렸다. 정장 차림이 아닌 회색 츄리닝 바지에 흰 티를 입은 미츠이가 양손에 쓰레기 봉투를 든 료타를 내려본다. 왜, 왜 미츠이 씨가 이시간에… . 보기좋게 예상이 빗나간 것에 당황해 그자리에 얼어있자 미츠이가 입가를 씩 올려 웃는다. 유독 턱 흉터가 도드라져보였다. 역시, 이 남자 거친 부분이 있는 남자구나.
"요즘 남편 분 따라 부인도 바쁘신가봅니다."
"네?"
"둘 다 안보이길래."
"… 그, 남편은 장기 출장… 이라고…"
심술궂던 표정은 어디가고 미츠이의 눈이 조금 커졌다. 무언가 더 할 말이 있던건지, 말을 이으려 입을 열자마자 료타는 도망치듯 그 옆을 재빠르게 쪼르르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탔다. 쓰레기를 버리고 혹시라도 또 마주칠까 동네를 몇 바퀴 걷다 맨션으로 돌아오니, 운동이라도 갔는지 미츠이는 나가고 없는 것 같았다. 옆집 불도 전부 꺼졌고… .
벌써 두 번이나 그를 무시하듯 대했으니 이제 실망했겠지.
혼자 지내기에는 한참 넓은 집에 홀로 선 료타는 청소기를 꺼내들었다. 온 집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청소기를 밀고 마지막으로 걸레질을 하기 위해 작은방에 들어갔다가 듣게되었다. 얼굴이 절로 뜨거워지는 소리. 료타의 경우 얼굴 말고도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지만.
료타의 집은 맨션의 최상층 끝집이니 소리가 들려올 수 있는 집은 단 한 곳 뿐이다. 옆집과 붙어있는 작은방 벽이 상대적으로 얇았던걸까. 료타가 걸레질을 멈추고 살금살금 벽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댔다. 그 남자가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앓고 있었다. 아니 짐승이 성내듯 으르렁 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벽을 사이에 두고 바스락 거리거나 무언가 둔탁하게 탁, 탁 부딪히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다행(?)히 미츠이 이외의 다른 사람의 신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료타가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대고 스르륵 앉아 홀리듯 바지를 조금 내렸다. 지금 여기서 하면 미츠이 씨도 내 소리를 고스란히 듣겠지.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위하는 거겠지만, 똑같이 이 벽에 대고 따라하면 파렴치한 짓이 된다. 그러나 그 배덕감에 성욕을 자극한다.
크흑, 하.
느긋했던 신음소리가 절정에 다다른 듯 적나라하게 울렸다. 남자의 소리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한 손으로는 기둥을 잡고 위아래로 느리게 훑으며 벽 너머의 맨몸의 미츠이를 상상한다. 늘 감탄하며 보던 그 팔뚝은 근사하게 부풀어 올라 있을거고 길고 두툼한 손가락이 한데모여 그의 성기를 감싸 지금의 료타처럼 쥐고 천천히 흔들고 있을거다. 앞만으로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다른 손이 절로 구멍쪽을 향했다. 상상 속의 미츠이는 타오르는 눈빛으로 료타를 바라봤다. 남자가 료타의 발목과 종아리를 잡아 벌리고 사이에 자리잡는다. 커다란 손으로 료타의 성기며 음낭을 귀엽다는 듯 만지다, 그보다 더 아래 구멍 부근을 엄지로 둥글게 문지르고… . 집과 집을 구분하는 벽 너머 달아오른 그가 자신을 매만지는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빠르게 몰려왔다. 입술을 깨물고 참고 있던 숨이 결국 터졌다.
"흣. 하아. 미, 밋… 츠이 씨. 헉,"
벽에 이마를 대고 남자의 이름까지 읊조리며 신음을 토해냈냈다. 그의 이름을 부른 것과 거의 동시에 사정한 후 옆집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끊겼다. 탈력감에 한참 벽에 몸을 기댔다.
미츠이씨도 내 소리를 들었을까, 그럼 난 이제… … .
다음 날, 벽 앞에서 남자에게 안기는 상상으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쌓인 욕구를 풀었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료타가 눈 비비며 비몽사몽 일어났다. 잠에서 덜깨 어제 작은방에서 남자의 소리가 들려오던 것도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낮에 찾아 올 사람도 딱히 없는 집에 느닷없이 차임벨이 울렸다.
남편 앞으로 택배라도 온걸까, 현관문을 살짝 열어보니 어제와 같은 옷 차림새로 과일 바구니를 든 미츠이가 서 있었다. 선물로 들어온 과일이 혼자 먹기엔 많아서 나눠주고 싶었다고 문이 열리자마자 말했다. 두 번 다시 마주할 일 없을거라 여겼던 남자가 눈앞에 가까이 서있는 걸 보니 여전히 잠이 덜깬 료타가 어쩌지도 못하고 당황만했다. 열린 틈새로 받아들지 말지 고민하는 것으로 오해한 미츠이가 문 안쪽으로 발을 걸고 힘으로 슬금슬금 활짝 열더니 바구니를 가까이 내밀었다. 잘 익은 여름 과일이 달큰하게 향이 올라온다. 거절할 새도 없이 받아든 바구니 안에는 복숭아, 샤인머스켓, 멜론이 보기좋게 있었다. 하나같이 탐스럽고 동글동글 예쁜게 꽤 비싸보였다. 료타가 과일을 받았는데도 남자는 문에서 발을 치우지 않았다. 어색하게 바구니만 들여다보다 그제야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는걸 깨달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고 입을 떼려는 순간 미츠이의 둥근 울대뼈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걸 봤다. … 아담스애플이라고도 불렸던가.
그의 성적 매력이 도드라지는 부분을 보니 잠이 확 깼다. 어제 상상 속에서 남자가 맨몸을 더듬어줬던 손길이 덩달아 기억났다. 료타의 소리를 듣고 남자도 비슷한 상상을 했을까. 이름을 부르며 신음하는 그 소리를 들어놓고 굳이 선물까지 챙겨 찾아왔다는건… . 열이 오르는 시선들이 말 없이 공중에서 얽히기만해, 료타가 먼저 도발적으로 물었다.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먹을래요?"
—
미츠이 씨가 우리집 거실에 있다.
홀로 품었다가 포기하려한 남자가, 지난밤 벽을 두고 함께 위로한 상대가… . 료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가 신기하다는 듯 집안을 기웃거리다 문제의 작은방에 시선이 머무른다. 역시, 들었던거지. 귀끝까지 피가 쏠려 뜨거워졌지만 무시하고 주방에서 큼지막한 복숭아 하나를 씻어 가져왔다. 료타의 손보다도 큰 복숭아에 흠집을 내 과도로 얇게 껍질을 벗겨내니 온 집에 복숭아 향기가 가득 퍼진다. 올리브색 홍채를 두른 새카만 동공이 복숭아인지 복숭아를 다듬는 료타의 손에 걸린건지 제대로 알 수 없지만 꽤 끈적했다.
남자의 시선을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데다가 과즙이 많아 칼날이 미끌거려 순간 빗나갔다. 앗. 료타가 과도를 쥐고 흠칫하자 커다란 손이 료타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칼이 빗겨나간 것보다 남자의 손이 너무 뜨거워 놀랐다. 료타가 손을 빼내려 해도 무슨 힘이 이렇게 센건지…
"내가 할테니까."
과도랑 복숭아를 고스란히 뺏긴 료타의 두 뺨이 과일처럼 물들었다. 옆에 앉아 남자가 연핑크색 껍질을 마저 깎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가볍게 쥔 복숭아에서 즙이 뚝뚝 떨어져 그의 손등을 타고 손목으로 흘렀다. 보는 것만으로도 색정적이라 눈을 꼬옥 감았다. 시야를 차단하면 느껴지는건 과일의 단내 뿐이다. 고작 과일의 단내에 이렇게 어지러워도 되는걸까. 아니 과일 단내에 남자의 향수가 더해져 그런걸지도 몰라.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으로 섞였다.
료타가 깎았던 것보다 더 얇고 섬세하게 깎여나간 껍질의 마지막이 쟁반 위에 툭 떨어졌다. 저 새하얗게 뽀얀 과육을 보자마자 더는 안될 것 같았다.
잠시만… . 아찔해진 료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미츠이의 손이 그대로 손목과 어깨를 잡아 그대로 거실 바닥에 료타를 눕혔다. 내, 내가 왜 누워있는거지. 놀라서 버둥거리는 작은 몸에 미츠이가 올라탔다. 그의 왼 무릎이 료타의 다리 사이를 비집어 바짝 올라붙고 머리 양 옆에 두 손을 짚어 고정한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려다보는 시야에 늘 올려다보던 천장이 없다. 오롯이 미츠이 뿐이어서 료타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시야라도 도망치려 했는데. 빼내려고 움찔거리는 제 손목을 쥔 그의 커다란 손이 보인다. 느리게 손바닥까지 올라온 손끝이 왼손 네번째 손가락의 링을 몇 번 쓸더니 주저없이 깍지껴 잡아와 저항 의지가 그대로 꺾였다.
"매일 아침 보고있었던거지."
날 피하기 전까지… 응? 그의 숨소리며 목소리가 귀 가까이 다가와 료타는 두려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라고?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나는 보고있었어."
미츠이의 입술이 결국 료타의 목덜미에 붙었다. 여러 번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할 때마다 뜨거워서 료타가 흐응, 소리를 내며 앓았다. 이성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칼을 들고 심장을 들쑤셨지만 남자가 붙어오기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목에서 쇄골까지 내려온 입술이 가볍게 살을 빨아들이면서 기어이 자국을 남겼다. 미츠이의 손이 작고 말랑한 볼을 감싸고 엄지로 쓰다듬는다. 진정시키려는 듯한 다정함이 그저 야릇할 뿐인데.
"이름 알려줘."
다카하시 말고. 달래는 듯, 조르는 듯한 남자에게 료타가 결국 손을 뻗어 그의 짧은 뒷머리를 쓸고 목에 팔을 감았다. 이제… 모르겠다. 남자가 원한다면 원하는대로 전부 주고싶었다. 비록 이제 줄 수 있는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게 없는 신세라 해도.
"…료타."
"료타."
"응… ."
"성씨랑 전혀 안어울리는 거 알아?"
"아읏."
그의 손이 료타의 티셔츠 안쪽으로 기어들어오더니, 벌이라도 주는 것처럼 가슴을 잡아쥐었다. 놀란 몸뚱이가 펄떡 떠오르자 다른 손이 허리 아래로 들어와 받치더니 그대로 들어올렸다.
"처음처럼 구는건… 남편이 가르쳤어?"
남자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아니라고 웅얼거렸다. 그럼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그래야… 미츠이 씨가 좋아할 것 같으니까."
하. 감탄아닌 감탄을 한 미츠이가 료타의 엉덩이를 받쳐 잡고 그대로 자리에 일어나더니 몇 번 와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침실로 향했다.
침대 위에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로 눕게 된 료타가 침실 벽에 걸린 결혼 사진을 한참을 바라봤다. 남편이다. 웃고 있는 남편의 옆에 웃고있는 료타. 저 사진을 찍을 때에는 분명 행복했다. 분명 사랑하고 있었다. 남편은 어땠을지 몰라도 적어도 료타는 그랬다. 외간 남자를 침실로 들인 지금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섹스를 앞두고 망설이게 된다.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을거라 생각한 료타의 옆에서 그럴 일 없다는 듯 남자가 티셔츠를 한 번에 벗어던졌다. 그리고 어지런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료타의 아랫도리를 한 번에 벗기면서 말했다.
"마트에서 남편이 자주 야근한다고 했었지. 그리고 지금은 장기 출장갔다고."
이어서 상의도 잡아 벗긴다. 맨 몸이 된 료타의 등 뒤로 붙은 너른 품이 뜨거웠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누군가에게 안겨 체온을 느끼는게 얼마만이더라. 료타의 눈이 다시 한 번 더 힐긋, 사진 속 두명의 다카하시의 얼굴을 봤다. 그러자 커다란 손이 료타의 목과 턱을 감싸쥐고 가볍게 돌려왔다.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처음은 짧고, 두번째는 긴. 지난 밤 상상 속에서도 해본 적 없는 남자와의 키스는 짙고 깊어서 료타가 얼마못가 허덕였다. 남자의 혀가 들어와 료타의 혀를 누르고 얽혔다. 떨어지기 전에는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빨아낸다. 벌려진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 목선까지 흐르자 남자가 손으로 닦아낸다. 하아, 료타가 숨을 몰아쉬자 이번에는 료타의 왼손을 잡더니 네번째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혀로 애무하듯이 빨았다.
"미, 미츠이 씨."
료타가 부르자 미츠이가 올려다보며 이빨을 세워 까드득 반지를 깨물었다. 금속이 까이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료타가 남자의 탄탄한 어깨를 잡자, 남자가 료타의 손바닥을 펼치고 그 위에 입으로 빼낸 반지를 뱉어냈다.
"남편이 바람피는 거…"
"… … ."
"알고 있었지."
아.
손바닥 위. 빠르게 식어버린 링을 보다 료타가 시선을 거두고 입꼬리를 흘쩍 올렸다. 침대 옆 협탁 위에 무심하게 반지를 올려두고 다시 돌아와 미츠이의 바지춤에 손가락을 걸었다. 속옷과 함께 느리게 내리면 남자의 발기한 자지가 흉흉하게 솟아있었다. 남자의 다리 사이에 몸을 낮춰 자리잡았다. 힘 받아 꺼덕거리는 기둥을 잡고 위아래로 훑어주면 끝에 프리컴이 맺혔다. 미츠이가 료타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흐음. 벽 너머에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소리를 내며… . 료타가 기둥이며 귀두에 쪽쪽 입맞추다 말랑한 볼로 문지르며 올려다본다. 미츠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자극될 때마다 그의 입술과 눈썹이 들썩인다. 몰아쉬는 숨결이 다급해지는게 느껴져 기뻤다.
"복수하려고 날 활용하는거여도 좋으니까."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성기를 입 안에 담았다. 자지가 생각보다 더 커서 입안 끝에 닿으면 커흑 거렸지만 익숙해지는데에 오랜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으니까. 남자가 왼손가락을 애무해줬던 것처럼, 귀두 뒤쪽을 혀로 지긋이 누르며 정성스럽게 빨아올렸다. 심장이 이쪽으로 옮겨왔다 해도 믿겠어. 이가 닿지 않게 조심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느리게 왕복하던 움직임이 빨라지자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던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료타… 윽!"
"흐, 응읏… 우웅."
사정감이 몰려온 미츠이가 급하게 료타의 머리를 잡았다. 입에서 빼내려 했지만 료타가 허벅지를 감싸잡고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미간을 바짝 좁히며 찌푸린 미츠이를 야릇하게 올려다보고 츄븝, 질척거리는 소리를 부러 내기까지 했다. 그 고집을 이기지 못한 미츠이가 입안 가득 정액을 쏟아냈다. 어이가 없어서 진짜.
휴지를 몇 장 뽑아내 손바닥에 올리고 입 앞에 내민 이유는 아무래도 뱉으라는 거겠지? 다정하긴 하지만, 드디어 당신과 맞닿게 되었는데 아쉽잖아요. 료타가 눈썹 한 쪽을 씰룩거리더니 미츠이 보란듯이 꿀꺽 삼켰다. 흥분에 붉게 빛이 나는 것 같은 갈색 눈동자가 아직 한참 모자르다는 듯 아쉬워보였다. 미츠이가 료타의 턱 끝을 잡아 올렸다. 번들거리는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붉은 혀를 살짝 보여준다.
"옆집 부인이 이렇게 음란해서야."
유두 끝을 살살 긁었다 잡아당기니 바르르 떨면서 미츠이의 팔을 잡는다. 아읏, 미츠이 씨. 아랫배 쪽이 당기듯 지릿지릿한데 미츠이는 별것도 없는 가슴에 집착했다. 몇 번 손으로 괴롭혔다고 봉긋하게 솟은 유두가 귀여워 입술로 문대더니 혀를 바짝 세워 희롱하듯 누르고 빨아댄다.
"안 돼, 가슴은… 아으"
쾌감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뭐가 안된다는 건지. 더 욕심만 날 뿐인데. 미츠이 씨, 미츠이 씨.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게 듣기 좋아 더 이로 슬쩍 물었다가 강하게 흡입했더니 강한 자극에 더는 버티지도 못하고 몸을 뒤로 넘겼다. 고작 젖꼭지가 빨린걸로 경련하면 어쩌자는 건지… . 앞으로 할게 많은데.
"남편이 여기는 안 예뻐해줬어?"
"남편 이야기는 그만…!"
왜? 여전히 다카하시 쪽에 마음이 있나? 나한테 안기려면 남편은 잊어야할텐데. 미츠이가 료타의 귓불을 핥짝이며 속삭인다. 말랑하게 보들거리는 부분을 송곳니로 깨물며 그 질감을 즐기더니 다시 또 목줄기를 따라 내려온다. 작지만 탄탄해보이는, 예쁘면서도 자극적인 야한 몸을 훑어 보며 마음에 드는 곳 마다 붉게 자국을 남겼다.
바람피는 남편이 미워 복수하기 위해 저를 활용하라고 해놓고서는. 그런게 아니라고 료타가 울먹이면서 말하면 괜히 더 흥분해서 못된 말만 골라 속삭였다. 왜 나를 집 안에 들인거지? 내가 어떻게 했음 좋겠어? 뜨거운 두 손으로 료타의 허리를 매만지다 엉덩이를 주무른다. 언제부터인가 바짝 서서 물을 흘리고 있는 자지가 귀여웠다.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흘리다니, 남자를 얼마나 밝히는거냐고. 료타가 여전히 단단한 자지를 부드럽게 손으로 몇 번 매만지더니, 숨을 몇 번 길게 내쉰다. 왜 애타게 하는 걸까. 그리고 몸을 뒤집어 엎드리고 엉덩이를 높이 들어올려 미츠이에게 잘 보이게 한다. 그리고,
"… 미츠, 이… 씨…"
이제 주세요.
자지.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작게 웅얼거렸지만 제대로 들었다. 미츠이가 뒤로 바짝 붙어 두손으로 엉덩이를 잡아벌리니 오밀하게 닫힌 구멍이 훤히 보인다. 구멍 아래로 젖은 회음부가 번들거려 미치도록 야했다. 흐으응. 바로 넣기에는 좁아보여서 중지 하나를 밀어 넣자 료타가 길게 흐느낀다. 고통보다는 아쉬움에 가까운 흐느낌. 따뜻하고 움찔거리는 내벽… . 손가락 하나쯤은 수월한지 엉덩이가 더 달라고 흔들리며 조른다.
남자면 다 괜찮았던거 아냐? 아니면, 남편과 관계가 틀어지기 전까지는 이 침실에서 매일같이 즐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여유로워 보이던 미츠이도 아랫배와 기립근이 바짝 긴장했다. 목에 핏대가 서고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오밀거리는 구멍에 두툼하지만 길게 잘빠진 손가락 두개를 더 넣었다. 헉, 단번에 깊게 쑤셔져 놀란 료타의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 빨아들이듯 내벽이 수축하면 미츠이가 손가락 마디를 살짝 구부려 둥그랗게 부푼 전립선을 꾸욱꾸욱 눌렀다.
"아, 아으. … 제발."
무엇을 위한 애원이지.
미츠이를 향해 더 들어올려지는 야한 엉덩이와는 다르게 료타의 곱슬거리는 머리는 혼란스럽다는 듯 시트에 문지르기 바쁘다. 드러난 뒷목에서 어깨, 등까지 붉게 물들지 않은 곳이 없어서 미츠이가 만족스럽게 웃는다.
"부인, 욕심이 너무 많은거 아냐?"
"싫어어, 으흣 그렇게 부르지마…"
아까부터 남편 이야기도 하지 말라, 부인이라고도 부르지 말라, 요구가 많네. 주제도 모르고 발칙하게 더 움직이려는 엉덩이를 미츠이가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꽈악 잡고 손등에 힘줄이 바짝 설 정도로 안을 쑤셨다.
"그럼, 미츠이 료타가 되는건 어때."
"아, 으응아!"
전립선이 뭉게질 정도의 강한 자극에 료타의 무릎 한 쪽이 무너진다. 그런데도 미츠이의 손가락을 놓지 않으려 필사적이었다. 미츠이 료타. 다카하시가 아니라, 미츠이…? 당신은 그걸 그렇게 간단하게. 촉촉해진 눈동자로 힐긋힐긋 뒤를 돌아보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안쓰럽다가도 더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스믈스믈 솟는다. 가학적인 섹스라니, 그런 취향 없어도 여태 잘 살아오던 미츠이가 흥분에 코 끝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미츠이 씨, 흐아… 당신 나빠아…"
왜, 왜 이제서야.
나타난거냐고… 하…, 나빠.
료타가 미츠이를 탓하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웅얼거려 미츠이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 한 쪽을 내려쳤다. 아아, 앗! 흐르듯 간드러지던 신음이 순간 터져나오더니 온몸이 크게 떨린다. 더는 참을 수 없어 손가락을 빼낸 미츠이가 료타의 몸을 뒤집어 바로 눕히고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료타가 헉, 하며 다급하게 허벅지 쪽으로 손을 뻗어 미츠이의 손등 위로 겹쳤다. 그리고 스스로 무릎 뒤를 잡아 바짝 당긴다. 어서, 빨리이 넣어줘요. 미츠이를 바라는 눈동자가, 입술이 간절해보인다. 미츠이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직 닫히지 않아 뻐끔거리는 구멍에 귀두 끝을 위아래로 문지르더니 느리게 삽입한다.
—
자지가 커서 빠듯하면 어쩌지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구나. 오랜만에 하는 섹스에 혼이 빠진 듯 했다.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미츠이와의 섹스는 마치 이전의 모든 경험을 무無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다. 남자의 그 잘생긴 얼굴을 바로 마주보며 그를 받아내는게 특히나, 상상했던 것보다 더 새롭고 버겁고 만족스럽고… . 솟구치는 성감에 정신을 잃을 것 같을 때마다 손을 잡아온 미츠이가 이마며 코에 뽀뽀해주면 행복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젊은 시절의 연애나 신혼 때에도 느껴보지 못한 충만함. 섹스란거 그냥 상대방의 욕구를 풀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
어쩌면, 속궁합이 좋다는게 이런걸지도.
저녁 준비를 하면서 섹스 생각 뿐이라니, 미츠이의 말대로 음란한 걸지도 모른다. 그치만 무아지경으로 몇 시간 내내 몸을 섞다보니 벌써 해가 졌는걸. 그렇게 박아대고 받아냈으면 저절로 떠오를 수 밖에 없잖아.
"료타."
"네?"
샤워하고 막 나온 미츠이가 뒤로 다가와 에이프런 아래로 큰 손을 넣어 엉덩이 한 쪽을 주물렀다. 너무 야한거 아냐? 누드 에이프런이라니. 당신이 배고프다길래… . 급하게 끓인 국을 덜어내던 손이 그대로 미츠이에게 잡혀 아일랜드 테이블 끝에 고정됐다. 얇은 천 자락이며 리본 끈을 매만지다 들춰내는 손길에 또 애가 탄다. 촉촉한 그의 손이 가슴이며 허리를 쓰다듬으면 료타가 먼저 미츠이의 단단해진 아래에 엉덩이를 가져다댔다. 그가 몇 번이나 안쪽 깊이 사정했으니, 지금 하더라도 수월하게 그를 받아들일거다.
"할 말이 있는데."
"… … ."
목덜미에 미츠이의 숨결이 닿는 걸 느끼며 료타가 머뭇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더 낮고 사뭇 진지해서. 아… 막상 몸을 섞으니 별로였던걸까. 혹시라도 오늘 있었던 모든 일을 없던 걸로 하자고 하면… . 죽을 것 같이 심장이 아려오는걸 참고 뒤돌아 미츠이의 목에 팔을 걸었다. 미츠이가 하는 무슨 말이든 료타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미츠이가 가볍게 입 맞췄다. 섹스 중간중간에 해줬던 것처럼 입술이나 코, 볼에도 연달아서. 간지럽다는 핑계로 료타가 얼굴을 돌렸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난, 오늘이 마지막이 아녔으면 해요. 미츠이 씨와 평생 함께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어.
"책임질 테니까. 이혼하는 게 어때."
섹스 한 번하고 뻔뻔하게 이런 말…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아. 그렇지만 내가 말했,
옆집 남자답지 않게 말이 길어지자 료타가 먼저 키스했다. 눈을 감고 입을 열자 미츠이도 입을 열고 혀를 섞어왔다. 버림받은 듯한 이 생활도 언젠가 끝이 날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다만 끝을 선고하는 사람은 당연히 남편일거라 생각했어. 미츠이도 료타도 몸이 다시 또 달아오르는 걸 느낄 때 쯤 입술이 떨어졌다. 료타의 눈가를 하염없이 닦아주는 옆집 남자의 손길이 따뜻해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럴게요. 히사시 씨."
미츠이 히사시 감독의 왼손에 드디어 반지가.
게임에서 풀었던 썰이 이렇게까지 길어지다니… 썰에서는 미츠이가 좀 더 짓궂고 말도 험하게 했는데… 역시 글로 쓰다보니 다정해지네요.
너무 길어져서 이런저런 장면이 삭제되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을 져버릴 수 없다는 료타를 설득한다고 집에 데리고 가서 그 얇은 벽 통해 남편과 모르는 여자의 신음소리를 듣게 하는 친절한 미츠이 씨라던가…
그런 남편에게 진짜 보복으로 친정간다 거짓말하고 옆집에서 밤새 격한 불륜 섹스하는 미츠료라던가…
오랜만의 단편~ 즐겁게 썼어요.
다음은 여우비 본편 마지막이랑, 대태온3 판매 목록(불확실)…을 들고 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