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3 대만태섭 교류회 원고입니다.
매우 다듬었습니다.
Heartspur
n. 하트스퍼. 무해한듯 보이는 자극 — 녹슨 울타리 특유의 삐걱거림. 옛 대중가요에서의 조성 변화. 어떤 향수의 희미한 냄새 — 에 대한 반응으로 쏟아내는 격한 감정. 정확한 원인을 알수 없기 때문에 더욱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 슬픔에 이름붙이기, 존 케닉 -
"그럼 끝냅시다."
미야기의 눈동자가 아래로 가라앉는다.
다른 날보다는 조금 긴 말다툼이었다. 둘 다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주고받은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 서로 상처를 주면서까지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당장 찾지못한 미야기가 결국 홧김에 입을 뗐다. 다툼 끝에 격양된 표정이었던 미츠이는 무언가 말하려다 미야기의 끝내자는 말 한마디에 말문이 막힌 듯 조용해졌다.
이 관계가 오래 지속될거라는 기대 같은 건 없었다고, 둘 다 알고 있었다. 상대를 오랫동안 알아왔다고 해서 상대의 생각과 행동 그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미츠이 히사시와 미야기 료타가 아니던가. 서로의 연인으로 있어야 한다는 건 각자에게 어떤 희생이 강요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제멋대로에 고집 세고 말 안듣기로는 둘 다 고교때부터 선수였다. 농구가 아녔다면 애초에 그 야외 코트에서 엮이지도 않을 인연이었고, 열일곱 옥상을 마지막으로 진작에 지독한 악연으로 끝났을 사이. 그럼에도 우리가 사귀는 사이였다니 조금은 웃음이 나오네요, 미츠이 상.
미야기가 얇은 눈꺼풀로 만들어낸 어둠에 미츠이와의 과거를 빠르게 돌이켜본다. 이 남자를 알아온 세월은 10년이 넘었는데 그에 비하면 함께 농구한 고교 시절은 1년이 고작 안됐다. 유독 길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쇼호쿠에서 가장 잘 맞는 SG, PG라는 소문이 나서였을까.
— 끼익, 코트 위를 가로지르는 붉은 유니폼 위의 숫자를 확인 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미츠이도 미야기도 알 수 있었다. 가쁜 숨을 고르며 멋대로 기대오는 축축한 등의 체온이 남다르다. 몸이 가까워지면 독특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냄새가 희미하게 스쳤다. 차가운 코트 위에 팔다리를 뻗고 누워있으면 본관 음악실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미야기가 흥얼거렸다. 서로의 손 끝이 아슬아슬하게 겹쳤는데도 피하지 않았다. —
미츠이와의 교감을 떠올리면 간지럽고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때는 왜 그걸 몰랐을까? 의문을 갖기도 했다. 정의하기도 힘든 그 감정을 이해하기도 전에 미야기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동안 미츠이와 만난 횟수는 고작 …두 번이었나, 아쉬웠지만 떨어져 있는 거리와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여겼다. 다시 도쿄에 돌아와 제대로 된 만남을 갖기 시작한것도 이제 1년…. 아아, 다시 만나게 된 이유가 농구도 무엇도 아닌 섹스였기 때문일지도.
훌쩍 어른이 된 두 남자가 단 둘이서 술자리를 가졌던 어느 6월 초여름. 이슬비가 늦은 밤까지 추적추적 오던 날이었다. 공통 분모로 할 말이라고는 고교 시절 추억 밖에 없는데도 미야기는 미츠이의 앞에서 꽤 들떠있었다.개업한지 얼마 안된 모던한 스타일의 이자카야는 미츠이가 예약한 곳이었다. 사람이 없어 차분했고 미츠이의 지인인 주인장의 추천으로 나온 사시미와 사케는 모양새도 맛도 전부 훌륭했다. 미야기 료타 선수가 오키나와 사람이라는 걸 듣고서는 서비스로 고야 참프루와 가쿠니 *오키나와에 비슷하게 라후테ラフテー라는 돼지고기 조림이 있음, 최대한 비슷한 음식을 내주고 싶었던 것. 까지 내줬다. 요리말고도 그 흔한 에다마메조차 맛있어서 술이 더 달았을지도 모른다. 은은한 조도로 테이블을 비추는 조명 아래에 미츠이가 있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미야기가 알고 있는 미츠이 상. 잘생겼지만 어딘가 못되처먹은 얼굴.
'생각해보면 당신이랑 그런 일도 있었죠.'
미국에서부터 길러온 머리를 둥글게 말아 묶은 미야기가 한 손으로 빈 술잔을 흔들었다.
'치렁치렁 롱게 상.'
긴머리의 미츠이를 떠올리며 놀리듯 키득키득 웃는다. 나이가 20대 후반인데도, 흐트러진 상태에서 바보같이 웃으면 미야기는 훨씬 어려보인다. 고교생까지는 아니지만 이제 막 성인의 벽을 넘은 정도로. 이런 녀석이 미국에서 5년을 넘게 있었다니. 손을 뻗어 미야기의 휘어진 눈가, 어째서인지 붉으스름한 그 부근을 만지려다 미야기와 눈이 마주쳐 흠칫 멈추고 이마에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래. 내 임플란트랑 턱 흉터는 평생 갈 거라고.'
왼턱의 2cm정도로 울퉁한 흉터를 매만지며 미간을 좁힌다. 열여덟의 당신이 나빴잖아, 자업자득이에요. 미야기가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잊지 않았다니까. 투덜거리던 미츠이가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빈 잔에 술을 따랐다. 두 사람의 과거가 아닌 지금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을 때, 미야기는 꽤 취했을지도 모른다. 남에게 쉬이 연애 이야기를 하는 성격이 아니면서,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알게된 자신의 성적 취향과 의외로 자신이 그곳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었다는 것까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전부 미츠이에게 털어놨으니.
그때, 당신 표정이 어땠더라.
술자리를 시작할 때 오래 마시지는 말자는 다정한 말을 지키고자 자정이 다되서 이자카야를 함께 나왔다. 좁은 처마 밑으로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물 비린내가 코 끝을 스쳤던 것만이… 술에 취했음에도 기억난다. 내린 비 때문에 영상 10도여도 조금 쌀쌀했다. 술기운에도 쉽게 가시지 않던 찬 공기에 어깨를 움츠리고 바르릇 떨자 따뜻한 손이 팔꿈치 위를 감싸 끌었다. 응, 그 다음 미츠이 상이 했던 말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미야기… 우리 집에 갈래?'
익숙한 어둠 속에서 몸도 정신도 더 아래로 가라앉는 걸 느낀다.
이별이구나. 미츠이와 처음 몸을 섞었 던 그날부터 마음에 품어왔던 말이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주변은 더 적막하고 이별을 말한 시간은 짧았으며 기분은 조금 허탈하다. 미츠이 상은 우리의 이별을 예상했을까. 미츠이 상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미츠이 상, 우리의 연애에는 사랑이 꼭 필요했던건 아니니까요.
끝의 '끝'은 그런 생각들 뿐이었다. 예의상 마지막으로 미츠이의 얼굴을 봐야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미츠이의 답도 들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눈과 귀, 내가 가진 어떤 감각도 미츠이에게 더는 내주고 싶지 않아서.
미야기는 그대로 도망치듯 미츠이의 집을 떠났다.
/
주변 어느 누구도 우리의 관계를 몰랐던 것이 다행이었다. 사귄 기간은 1년이었어도 동거를 하지 않았던 것이 좋은 선택이었고. 미야기의 집에 미츠이의 물건이 아에 없었던건 아니지만…. 언젠가 미츠이와 헤어질 것이라 여긴 덕분에 미야기의 시간은 조용히, 감정의 동요도 없이 가라앉은 채 흘러갔다.
정리는 필요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났어도 한시간 넘게 침대에 늘어지듯 누워만있던 미야기는 하루 쉬었으면 한다고 구단에 제일 먼저 연락했다. 지난 성적이 꽤 좋았어서? 아니면 미야기의 어딘가 섬세한 심리를 알기 때문일까. 다행히 전화 너머에서는 별 말 없었다.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괜찮은거지?'라는 안부도 없이 '알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고개를 반대로 들어올려 협탁에 올려진 디지털 시계를 노려본다.
【 AM 08:30 】
분 자리가 1로 바뀌기 전에 미야기는 결정한다. 점심 되기 전에 전부 정리하기로.
드레스룸 구석에 접어서 모아놨던 것 중에 신발 박스 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박스를 하나 꺼내온다. 접혀있던 면을 펼쳐 접어 누르고 한 쪽 면을 대충 테이핑했다. 아무것도 없이 빈 박스 안을 멍하고 보던 미야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미츠이 히사시의 흔적을 찾아낸다.
미야기는 서랍에서 검은 벨벳의 작은 보석함부터 꺼내들었다. 미츠이와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은 선물. 발렌타인 데이나 생일 같이 연인간의 특별한 기념일도 아니었고 미야기의 생일도 아닌 그저 평범한 날에 구단에서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던 그 남자가 손에 쥐어준 것이었다. 미야기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조금 빡빡한 케이스를 열어 보석도 없이 실버 피어싱의 둥근면이 빛을 내는 걸 본다. 미야기는 단 한 번도 귀에 해본 적 없다. 이런 걸 선물하는 미츠이의 마음이 너무 무겁다. 사귀는 사이에 차마 거절할 수는 없어 받아왔으나 집에 오자마자 눈에 보이지 않게 협탁 안쪽에 숨겨둔 그것을 드디어 꺼내본다.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물건. 더이상 미츠이의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을 지 깊게 유추하지 않아도 되니까. 왼쪽 귓불에 있던 것을 빼내고 조심스럽게 끼워 넣고 거울을 확인한다. 작은 피어싱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사뭇 다른 느낌이다. 미츠이가 직접 골랐다면 그 남자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센스고 누군가 골라준 것이라면 조금은 수수한 느낌.
'어울릴 것 같아서.'
뿌옇게 어렴풋한 기억 너머로 선명히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야기는 눈가가 시큰하다. 순식간에 그날 그시간으로 장면이 바뀐다. 미츠이의 차가 달리면 길게 궤적을 그리던 도심의 알록달록한 불빛과 조금 열린 창문 너머로 불어오던 기분 좋은 밤 바람. 고개를 돌리면 바른 자세로 운전하는 남자의 옆 선을 저절로 훑게된다. 미츠이와 함께 있으면 모든 감각이 황홀했다. 맞지 않을 때마다 감정이 격해지는 건 문제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츠이 히사시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답지않게 더 투정부리고 불편하고 실망하던 것도 정말로 미츠이 상을 좋아했기 때문에… ….
"이미 엎질러진 물."
미야기가 입술을 깨물며 피어싱을 귀에서 빼내 도로 보석함에 잘 끼워넣는다. 그리고 가볍게 손목을 스냅해 빈 상자속으로 던져넣었다.
가장 곤란했던 물건을 봉인하니 그 다음은 비교적 쉬웠다. 욕실에 있던 칫솔과 면도기. 미츠이 전용 그릇과 수저. 영화나 책을 볼 때면 쓰던 여분의 안경. 손 끝을 다듬기 위한 손톱깎이와 무향의 핸드크림. 미야기는 전부 다 박스에 넣어 열리지 않게 테이핑하고 현관 앞에 놨다.
정리는 여기까지. 버리는 건 다음 일이었다.
/
이별을 고하고 떠나가는 미야기를 미츠이는 붙잡지 않았다.
그저 아무말 없이 그 자리에서 미야기가 마지막으로 서있던 자리만 바라봤다. 헤어짐의 순간에, 우습게도 미츠이는 미야기에게 고백하던 날이 떠올랐다.
섹스를 하고나면 함께 하루를 보내는게 당연해졌다. 이른 아침에 눈 떴을 때, 아직 자고있는 미야기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빗질하듯 여러번 넘겨주면 졸음 가득 반쯤 감긴 눈으로 미츠이의 몸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로 가슴팍이나 손 가까이에 시선이 고여 있었다. 미츠이의 얼굴이나 눈을 마주 봐주지 않는 게 아쉬워서 괜히 짖궂게 굴고싶다가도 참았다.
'이제 일어나야지.'
한 손으로 좁은 턱을 들어올리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내려온 이마에 짧게 입맞추면 눈을 찡긋 감고 '흐웅…' 하고 무해한 털 동물이 낼 것만 같은 소리를 낸다. 분명, 더 욕심 내지 않으려 했는데.
미야기가 미츠이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몸을 몇 번이나 뒤척인다. 그럼 미츠이도 단단하고 매끈한, 하지만 어딘가 부드럽고 말랑한 그 몸을 정성을 다해 주무른다. 바보 같고 귀여워서 무신경하게 박박 쓸어내리던 손길에 야릇한 느낌이 더해지면, 의도를 알아차린 미야기가 얼굴을 미츠이의 가슴팍에 푸욱 묻더니, 두 손으로 주우욱 밀어낸다.
'그만, 미츠이 상.'
또 하려고요? 그럼 오늘도 당신 집에서 나갈 수 없다고요.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점점 말소리가 작아진 미야기가 침대 아래에 떨어져있던 옷을 아무거나 집어 올린다. 하필, 미츠이의 흰 티셔츠여서 울긋 불긋 목덜미며 쇄골이 훤히 드러난다. 미츠이는 그 말에 동의했다. 우리에게는 우리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있고 이뤄야 할 목표도 있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만족해야하는데, 정작 미츠이가 원하는 것은 미야기가 말한 '오늘도 미츠이의 집에서 나갈 수 없는 것' 바로 그것이어서.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 밖으로 작은 발을 내딛는 미야기를 바라본다. 저 작은 발이 침실을 벗어나 곧 이 집을 떠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다음’이 또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루 종일 맨몸을 부비고 좋아한다 속삭이는 게 당연하지 않은 관계. 녀석이 내 옆에 있음에도 온전히 함께할 수 없다는 그 공허함이 싫어서 미츠이가 흰 티셔츠만 입은 등짝을 향해 말했다.
'사귀자, 미야기.'
온전히 미츠이의 욕심만으로 튀어나온 고백에 미야기가 조금 놀란 눈으로 뒤돌아 바라본다. 이자카야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사이에는 나 때문에 좋지 못한 일이 있었다. 평생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고있다. 남자도 된다는 너와 여자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내가 섹스파트너가 되어, 성욕 해소 이상으로 너를 욕심낸다는 건 너무나도 괘씸하고 꼴불견 같지만.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쑤셔 미츠이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내가 미야기 료타 네 전부를 원하는데.
발바닥이 방바닥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침대까지 가까워진다. 미츠이의 앞까지 스스로 걸어온 미야기가 미츠이의 양 볼을 잡고 위로 올린다. 입술 위와 코 끝에 살짝 입맞춘다.
'그럴까요.'
/
"그래서 미야기는 잘 지내고?"
"글쎄 뭐 잘 지내겠지."
"글쎄라니. 미야기가 돌아오고 둘이 자주 만나는 줄 알았는데."
"싸운건 아니지?"
"그 비슷해."
"싸웠으면 싸운거지 비슷해가 뭐야?"
전화 너머 코구레의 물음에 미츠이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가 없었다. 미야기의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이 '몰라', '글쎄' 뿐이었기 때문에. 그제서야 미츠이는 미야기와 헤어진 걸 제대로 체감했다.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 그렇게 하듯, 그 뒤로 미야기에게 연락은 하지도 않았거니와 미야기도 미츠이에게 어느 연락도 하지 않았다. 경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순간에는 고개만 까딱이더니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만나면 불같이 몸을 맞대고 주무르며 좋아한다, 좋아한다, 끊임없이 속삭이며 입 맞췄던 시간이 미야기 료타에게는 그리 쉽게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건가.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한 미츠이는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평소보다 더 몸을 굴렸다. 온 몸의 감각이 미야기를 찾는걸 멀리하기 위해서. 유산소도 웨이트도 강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근육 회복을 위해 스트레칭과 무릎 냉온찜질은 센터 트레이너가 도와줬지만 미야기와 느낌이 달라 만족스럽지 못했다. 고된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미츠이는 피곤에 가방부터 내려놓았다. 매주 금요일이면 함께 돌아왔던 사람이 없어 더 조용한 집 안을 빙 둘러보았다. 헤어진지 한 달 만에 미야기를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 간 것 같다.
다만, 미야기가 사용했던 물건 전부가 제자리에 있었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컵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머리를 한데 묶는다고 썼던 짙은 보라색의 얇은 헤어밴드도 거실 협탁 위에 그대로다. 미츠이가 침실 문고리에 걸려있던 미야기의 검정 티셔츠를 잡아 들었다. 미야기의 몸에서 직접 벗겨낸 티셔츠…. 둘의 마지막 섹스가 이 집에서 였다는 것을 떠올린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부들거리는 천자락에는 미야기의 체향이 옅게 남아있다.
아니. 그것 말고도 그날의 정사가 고스란히 스며들어있다.
가쁜 듯 몰아쉬던 숨소리와 어깨와 팔뚝을 겨우 잡아쥐던 손아귀. 미야기가 손톱을 세우고 긁으면 아팠지만 딱 좋을 정도로 미츠이의 성감을 끌어올렸다. 흐아, 읏. 미츠이 아래서 바짝 눌린 미야기가 바르작 거리며 헐떡인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크기를 키운 파도가 바로 눈 앞까지 밀려왔다. 흥분의 파도가 만들어낸 거센 흐름에 쉬이 휩쓸리지 않으려 눈 앞의 미츠이를 잡았다. 미야기의 힘에 저항 없이 끌려오던 커다란 몸에 이마를 기대고 뜨거운 숨을 허억, 헉 내뱉는다. 끙끙 거리며 미츠이의 손을 제 옷자락에 이끈다.
'뜨거워… 벗, 겨…줘요.'
미야기의 잔잔한 향기와 흐느끼는 목소리가 몰고온 온 회상에 미츠이는 한참을 그자리에 서서 그 옷을 여러번 문지르고 있었다.
미야기 료타의 상실로써 다시 확인하는 이 마음을.
연락 없는 스마트폰 화면을 여러번 껐다 키면서, 답지 않게 미츠이는 여러번 미야기가 선고한 '끝’에 대해 되뇌인다. 나는 받아들인 적도 없는데. 네 멋대로 말하고 도망가고….
미야기, 너는 정말로 나와 헤어져서 괜찮은 거냐?
/
플레이오프 진출을 따내고 잡힌 회식자리에서였다.
선수나 코치 말고도 구단 운영진까지 모이니 꽤 많은 사람들이 함께였고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가 이어졌다. 2차, 아니 벌써 3차인가? 새벽 1시가 다 되는데도 여전히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남아 어수선했다. 어차피 이런 날, 집에 가봤자 할 것도 없다. 팀 모두가 함께 들뜬 분위기가 오랜만이기도 해서 미야기도 그날은 끝까지 남을 생각이었다. 대각선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선수들 대화에 가끔씩 웃어주고 말 몇마디를 얹기도 하고. 이동도 없이 한 자리에만 앉아, 조금 아쉬운 맛의 에다마메를 세로로 주욱 뜯어내 연두빛 콩을 한 알씩 빼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보고 있던 수석 코치 스즈키가 제 술잔과 뜯지도 않은 새 술을 갖고와 맞은편에 앉았다. 미야기 앞에 놓여진 빈 잔을 확인한 그는 들고온 새 술의 뚜껑을 따고 주르륵 따르기 시작했다. 접점이 많았던 것도 적지도 않던 사람이라 미야기가 재빠르게 손을 내밀어 술이 차오르는 잔을 잡았다. 술 잔을 잡은 손에 아슬아슬 넘친 술이 흘렀다. 젖은 손 끝을 본 건지, 흘러넘친 술에 당황한 미야기의 표정을 본 건지 스즈키는 흡족한 표정이다. 그러고는 미야기의 앞접시의 다듬어진 에다마메를 뺏어 씹어먹는다. 미야기의 눈썹 끝이 움찔인다. 스즈키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비스듬히 미야기를 바라봤다. 어쩐지 집요하고 끈적한 그 시선에 부담을 느낄 때 쯤 그가 입을 열었다.
"미야기 료타 선수, 좋아합니다."
"네?"
"하하하 그 눈썹, 진짜 매력적인거 본인도 알죠?"
남자가 당당하게 웃으면서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눈 위에 올려 미야기의 버릇대로 휘어진 눈썹을 흉내낸다. 조금 과장된 듯한 그 모습이 불편했지만 미야기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으며 답한다.
"무슨."
"눈썹 말고, 입술도 말이야."
미야기의 눈에서 호의가 완전히 사라진다. 이새끼가 지금, 뭐라고.
"… …."
"못 들은 걸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맞은 편에 있던 남자가 어느새 미야기의 허락도 없이 옆자리로 옮겨 앉아 몸을 바짝 붙였다. 투박한 손이 미야기의 손목을 잡았다. 그냥 잡은게 아니라, 손목부터 스르륵 내려와 손가락끼리 깎지 껴 잡더니 허벅지 위에 올려둔다.
"많이 취하셨네요."
취한 거라고 답했다면 미야기도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스즈키의 입에서는 '아니, 취하지 않았습니다. 진심입니다.'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일본에서 나만큼 미야기 선수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도 없을 겁니다. 쇼호쿠… 그러니까 미야기 선수가 17세였나요? 첫 인터하이 진출이었고, 토요타마전 때부터 봐왔으니까. …벌써 십년이 넘었네."
그땐 좀 더 마르고 작아서 소년다웠는데 말이지… 중얼거리던 스즈키가 단단한 허벅지 위에 올려둔 미야기의 손을 사타구니 안쪽으로 더 밀어 넣는다.
"아, 그렇다고 지금이 싫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보기 좋지."
역겨움을 간신히 버텨내던 미야기는 속으로 밑도 끝도 없이 경멸한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아직, 팀 사람들은 이쪽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 불쾌함을 대놓고 드러낼 필요는 없어, 표정만 굳히고 잡힌 손을 빼내자 도로 붙잡혀 끌려갔다. 그리고 반바지 안쪽으로 들어온 손이 성기 부근을 쓰다듬고 주무른다.
"이제 그만하시,"
"어차피, 미츠이 히사시랑 요즘 같이 안다니잖아."
스토킹까지. 추행을 넘어서 엄연히 범죄잖아.
그 여자밖에 모를 것처럼 생긴 미츠이가 잘 해주던가요? 미야기, 내가 미츠이 히사시보다 더 잘해줄게. 응? 스즈키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자 미야기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 교묘하게 반말을 섞어가며 조롱하는 혀는 뽑아버리고 싶었다. 듣기로는 실력도 성품도 나쁘지 않다 했던 것 같은데, 그냥 변태 새끼 아닌가. 게다가 니 주제에 어떻게 미츠이 히사시보다 더 잘해준다는 건가, 얼굴도 덜생겼고 키도 작고 딱 봐도 더러운 짓만 할 것 같은데. 미국말고도 일본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미야기의 눈이 가늘어진다. 붙잡히지 않은 반대편 손을 보이지 않게 꽉 쥐었다. 이 다음에 더 나불거리면 턱 아래에 꽂아줄 생각으로….
거의 그 동시에 가게 한편이 시끄러워졌다. 미야기도 스즈키도 소란스러워진 곳을 향해 고개가 향했고.
"미츠이 선수?"
"어이 미츠이! 언제부터 있던거야?"
어디선가 나타난 미츠이가 주변 사람들의 인사를 전부 무시하고 두 사람 앞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긴 머리 시절의 미츠이보다 더 험악한 얼굴을 하고. 둘보다도 큰 덩치의 남자가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스즈키가 섬뜩함을 느끼며 올려다 본다. 레이븐즈의 미츠이 히사시가 왜 여기에…. 중얼거린다. 미츠이의 감정이 없는 목소리에 쭈뼛거리게 된다.
"그만두는 게 좋겠지. 스즈키 젠."
여상한 목소리였으나, 다른 팀 회식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주변 모든 걸 갈기갈기 찢어낼 것 같은 분노가 눈빛에 스며있었다. 미츠이의 그 한마디로 어디까지 읽어낸건지 스즈키가 초조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미야기의 옆자리에서 벗어난다.
"아, 하…하하! 내가 취해서."
팀 선수들이 모여있는 테이블로 잽싸게 도망치는 스즈키를 벌레보듯 노려보던 미츠이는 아직도 자리에 앉아서 눈만 동그랗게 뜬 미야기의 팔뚝을 잡아 올리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
미야기의 팀 회식 장소와 미츠이와 노리오의 술자리가 겹친건 정말 우연이었다. 심지어 미야기를 발견한 것도 노리오가 먼저였다. 유일하게 둘의 관계를 알고 있던 노리오가 더 놀라보였다. '저 안쪽 구석에 미야기 아니냐?' 하고 턱짓하는 방향을 미츠이가 봤다. 가게 룸으로 구분된 단체 예약 전용 자리. 열린 문 틈 사이로 구석에 스즈키와 손을 맞잡고 불편해하는 녀석을 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미야기 료타와 그저 웃으며 인사하는 사이로 남는다고?
나 없이 다른 사람 옆에서 잘 지내는 미야기 료타를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좆까라 해.
가게를 떠나 한참을 걸어서야 미츠이는 미야기를 놔주었다.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미츠이를 올려다 본다. 미츠이가 미간을 구긴 채 미야기와 눈맞춤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마구 쓸고 숨을 몰아 쉬었다. 왜 반항도 안 하고 멍청히 앉아만 있어? 내가 아녔으면, 그 좆같은 새끼랑 어디까지하려고 했던거냐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어느 것 하나 쉽게 나오질 않았다. 그날 너를 그렇게 보내고, 나는 너와 헤어졌다는 걸 제대로 체감도 못한 채 방황만했다. 네가 남기고간 물건들을 보고있으면, 그 모든 상실감과 허무함이 미야기 료타가 아니고서는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해서. 아니 훨씬 더 크고 강렬해졌다.
나는 너와 쉬이 끝을 낼래야 낼 수도 없고 나는 포기가 나쁜 놈이니까.
"난 너와 끝내고 싶지 않아."
미츠이가 미야기를 마주본 채 양 어깨를 움켜쥔다. 그딴 쓰레기 새끼한테 널 빼앗길 수도 없다고.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였으나, 미야기에게는 확실히 전해졌다. 미츠이 상이 지금 내 앞에 있다. 기억의 잔상이 아니고, 내가 끝내자고 했는데도 미츠이 히사시가 돌아와서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야기가 손을 뻗어 미츠이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얼굴을 묻는다. 가만히 안겨든 품에서 미츠이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조화되어 미야기의 안에 흡수된다.
아주, 아주 어렸던 그날의 야외코트에서의 다정함과와 당신의 졸업식때 느꼈던 쓸쓸함. 초여름 비오는 날의 따스함. 조용하던 이자카야에서 나만을 바라보던 올곧은 눈빛과. 온몸에 녹아내릴 것처럼 애무하던 혀와 두툼하고 야한 손가락. 정의할 수 없는 당신의 체향에 중독된 듯 어지러이 헐떡이면 다정하게 내려앉던 입술에 숨을 쉴 수 있었다. 오로지 미야기 료타를 욕망하는 그 독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너를 좋아한다고 목덜미를 간지럽히던 목소리. 달아오른 얼굴로 건내줬던 작은 보석함 속 은빛 금속의 여린 광채가.
미야기의 온 감각에 미츠이가 새겨넣은 사랑이 이제야, 벅차올라서.
"미츠이 상, 심장 소리 시끄러워."
/
"싫으면 안 한다니까."
"이제 와서 거짓, 말하지 말고…요."
미야기가 발을 들어올려 미츠이의 고간을 부드럽게 누른다. 이렇게 흉흉하게 발기해놓고 뭘 안한다는거야. 게다가 나도 못 참겠는데. 작은 발 끝이 미츠이의 귀두 끝을 슬슬 문지른다. 약한 부분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집요하게 괴롭힌 덕에 미츠이의 속옷 위쪽이 짙게 물들었다. 미츠이가 미야기의 발목을 잡아 들고 앞으로 주욱 잡아당긴다.
"또 내가 벗겨줘?"
기대감에 가득찬 눈빛으로 혀를 내밀고 끄덕인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미야기가 걸치고 있던 옷 전부 벗겨내 침대 바닥에 내던졌다. 밝은 조명 아래 오랜만에 보는 미야기의 맨 몸에 미츠이가 탄식한다. 새하얀 시트와 대조되는 갈빛 피부는 여전히 매끈하게 윤기난다. 미츠이의 앞에 흐드러지듯 누워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는지 얇은 시트자락을 끌었다. 겨우, 한 달 만인데…. 제일 먼저 허리나 가슴을 움켜쥘 거라 생각했는데, 미츠이는 미야기의 두 손을 잡고 하염없이 입맞췄다.
"내거야."
"간지러워요."
"… … 그 새끼가 또 어디에 손댔어."
"아?"
미츠이의 입술이 손바닥에서 손목에 닿는다. 조금씩 올라오며 팔 안쪽 살을 빨아들이고 쇄골은 깨물었다. 흐우, 아…. 애태우듯 간지러운 느낌에 미야기가 발가락을 오므렸다. 이내 가슴까지 입술이 도달했을 땐 두 손으로 천천히 양쪽 유두를 주무르고 있었다. 조금 더 짙은 색의 유륜 위로 바짝 선 유두를 꼬집으며 장난친다. 혀로 집요하게 끝을 핥짝이다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들이면 미야기가 몸을 떨었다. 가슴만으로 가버릴 것 같아.
"미, 밋츠히 상,"
"응? 어디에 손댔냐니까."
여, 여기이. 조금 다급하게 대답한다. 사타구니 안쪽을 벌리고 매만지는 손길에 미츠이가 벌건 눈빛으로 미야기를 내려다본다. 벌려진 안쪽에 미츠이가 얼굴을 묻고 혀를 바짝 붙여 빨아댔다. 성기 바로 근처의 여린 살에 제 것이라는 표시를 하염없이 남긴다.
오랜만의 자극에 미야기도 참을 수가 없었는지 손을 뻗어 미츠이의 속옷을 벗겨내고 커다랗게 부푼 자지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조른다. 흥분에 느른해진 눈이 갑자기 빛을 냈다. 미츠이의 목에 팔을 두르고 힘으로 끌어 내려 자세를 역전해 눕히더니, 잽싸게 그 위에 올라타 제 구멍을 성기끝에 대고 문지른다.
"미야기…."
"으, 응."
미츠이가 올라탄 미야기의 몸을, 허리에서부터 가슴까지 어루만지다 다시 내려와 엉덩이를 잡아 벌린다. 아슬아슬하게 구멍을 빗겨나가 회음을 문지르던 끝이 도로 구멍에 닿자 미야기가 움찔거린다.
"나는 네가 없으면 안돼."
너를 언제부터 좋아했을 것 같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니까 참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몇 번이나, 수 년간 다그쳤어. 이제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아. 네가 남긴 물건과 흔적만으로 버티는 건 더는 싫어.
미츠이가 주무르며 받치고 있던 손을 내리자, 위에 올라탔던 미야기가 스스로 성기를 밀어 넣고 순간 숨을 다시 고른다. 으흑. 하…읏. 아랫배가 불룩하게 올라온 게 야했다. 멈춘 자세로 덜덜 떨고 있는 미야기에게 손을 뻗어 물 흘리는 앞을 잡고 위 아래로 부드럽게 쓸어준다. 과한 자극에 부르릇 전율하며 고개를 젖히고 허덕인다. 미츠이가 버거울텐데도 미야기는 이끌린 것처럼 빠져들어 인내한다. 정신차려. 미츠이가 손을 뻗어 젖꼭지를 꼬집고 잡아당기면 마치 신호가 된 듯, 옴폭 들어간 허리를 스스로 흔드는 그 모습이 미칠 듯이 사랑스럽다.
"나, 나도…."
"허억."
순간적으로 쥐어 짜는 내벽에 미츠이가 미야기의 허벅지를 잡아 누른채 허리를 위로 튕겨 더 깊이 파고 든다. 아흑! 비명같이 숨을 터트린 미야기가 미츠이의 가슴팍 위로 쓰러져 가늘게 흐느낀다. 맨몸이 바짝 붙은 상태로 미츠이가 미야기를 다시 몰아붙인다. 미야기를 눕히고 다리 하나만 벌려 어깨 위에 걸쳐 허리를 턱, 턱 쳐올린다. 흑, 흡. 아응. 앗! 거친 움직임에 참던 숨과 신음이 동시에 터져나온다. 차오르는 쾌감에 더조여오는 미야기의 안쪽에 미츠이가 가득 정액을 쏟아냈다. 혼이 빠질 정도의 쾌락에 미야기가 헥, 헥 숨을 내쉬면서 미츠이의 품을 찾았다. 절대, 다시는 놓칠 수 없는 미츠이만의 강렬한 사랑을 느끼며.
"나도, 사랑해요."
/
"미야기이, 내 칫솔이 없어."
"아."
미츠이가 욕실 문을 열고 얼굴만 내민채 제 칫솔을 찾는다. 미츠이의 모든 물건을 봉인한 박스가 여전히 현관 앞에 놓여져 있을 것이다. 미야기가 급하게 얼굴만 내민 미츠이의 입술에 조금 과할 정도로 짙게 뽀뽀해주더니, 머리를 다시 문 안으로 밀어 넣는다. 악, 하는 소리가 났지만 미야기는 들은 채도 안하고 일단 씻고 있으라며 소리쳤다.
욕실 문이 닫히자마자 미야기는 현관으로 달려가 박스 테이프를 손톱 끝으로 살살 긁어 뜯어냈다. 박스에서 꺼낸 미츠이의 물건들을 보며 미야기는 살짝 미소짓는다. 미츠이가 욕실에서 나오기 전에 원래 있던 곳에 빠르게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벨벳 상자를 열어 은빛의 피어싱을 꺼냈다.
또 대태절 지각
그리고 푸념 :)
비계 팔로워분들을 아시겠지만 최근에 혐생으로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대만이와 태섭이, 그리고 대태러분들 덕에 지금은 정말 많이 회복했어요.
이 글은... 정말 겨우 겨우 쓸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엉망진창... 퇴고해도 엉망진창인 것 같아 부끄럽네요.
교류회 함께 했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책을 제대로 뽑아서 꼭 보답할게요. 사실, 제가 얼마나 넋이 나가있었냐면... 그날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상태가 아녔습니다. ㅠㅠ 정말 좋아하는 단어 위주로 계속 되새김질 하며 봤다는 거죠. (아다... 엉덩이... 케이크... 감자피자... 마님...)
무엇이든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즐기며 합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