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머리긴 정대만이 송태섭을 왜 애매하게 팼을까?" 에 의문을 가진 모브가 역으로 송태섭을 궁금해함. 그러다 X간하고 개발하다 정대만한테 들켜서 처맞고 대만태섭은 조금 망가진 사랑을 하는 내용.
- 모브태섭 영역이 꽤... 길어서 모브태섭을 먼저 걸었습니다.
- 옥상 린치 사건이 잠깐 나옵니다.
- 태섭이가 정상이 아님. 합의 되지 않은 관계(모브태섭에서는 태섭이가 원하지 않았고 대만태섭에서는 대만이가 원하지 않았음.)
- 폭력 묘사, 하트 신음
悪食악식
SIDE 【 A 】
그날 옥상은 정대만이 송태섭을 독식하는 자리였다.
그 키 작은 놈이 뭐가 그렇게 특별하다고 수고스러워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돈이나 여자 문제도 아니고, 빚을 진 것도 아녔다. 걔가 농구부라 했던가, 겨우 그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했다. 여타 흔한 이유가 아니었으니 그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그냥 좋은 구경거리라 여긴게 크다. 귀찮아 보이는 건 죄다 개무시하며 지생긴대로 살아가던 그 정대만이 한학년 아래 애새끼를 그렇게 패고 싶어 한다니까.
“이름이 뭐라더라, 태섭?”
저학년 교실에 갑자기 나타난 고학년은 별난 존재라 다들 조용히 내가 입에 올린 이름의 대상을 하나같이 쳐다본다. 아, 너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의자에 앉아 삐딱하게 나를 올려보는 그 후배 앞에 의자를 드르륵 끌어다 앉았다.
“정대만이 좀 보자던데.”
지금. 옥상에서. 부러 입만 웃어 보이며, 녀석의 어깨를 두 번 정도 토닥여줬다. 송태섭은 도망가지도 않고 겁도 없이 순순히 나와 함께 옥상으로 올랐다. 문이 열리고 옥상 가운데에 서있는 정대만이 보이자 나는 작은 등을 떠밀었으며, 문을 닫아 잠갔다.
송태섭과 주먹을 주고받던 정대만의 태도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변해가는 걸 눈앞에서 보았다. 운동하는 녀석을 조지고 싶었다면 답은 정해져 있을텐데... 놈이 가졌던 분노는 처음과 다르게 조금씩 사그라들더니 뾰족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무딘 칼이 되어 송태섭을 찌를 수 없었다. 팔이나 다리 하나를 망가트릴 정도로 무겁지도 않았고. 뭐야? 싱겁게. 결국 정대만은 송태섭을 도마 위에 올려다 놓고선 뼈를 발라내지도 취하지도 않았다. 마치 그럴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그 자리는 오로지 정대만 한사람만을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어정쩡한 태도의 정대만은 뒤로하고 모두가 송태섭에게 달려들었다. 놈을 옥상 바닥에 버려두고 옥상 계단을 내려오면서 읊조린 ‘병신 새끼’는 송태섭이 아닌 정대만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을 거다.
그 뒤로 나는 그 정대만이 송태섭에게 왜 그렇게 이상한 집착을 내보이고 절었던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건방진 후배에게 숨겨진 뭔가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송태섭이 복귀했단 소식에 학교 뒤 공터로 불러내 조막만 한 턱을 잡아 들어 올렸다. 시건방진 짝짝이 눈썹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은 내 손을 매섭게 내려친 송태섭의 손이었다. 그래도 그 손은 옥상에서 처럼 주먹을 쥐진 않았다. 또 대만 선배가 부른건가요? 매섭게 쏘아낸 녀석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 이런 짓은 그만두라 말했고 자리를 뜨려 했다. 짓이라고? 난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몇 걸음 멀어진 작은 뒤통수에 대고 얼마 전, 길을 걷다 우연히 본 것을 그대로 말했다.
“너 여동생 있지?”
말이 끝나자마자 잽싸게 뒤돌아 나를 보는 얼굴이 흥미로웠다. 정대만도 보지 못했을 표정이란 생각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어쩌면 옥상에서 보고자 했던 게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쁘더라?”
이 말 한마디에 녀석은 만지기 쉽게 변해갔다. 살짝 바스러진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 폭력으로는 말이 안 통하는 놈들에게 제대로 먹혀드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다. 오히려 그런 놈들일 수록 빠르게 무너지는 방법이다.
“귀여운 여동생은 소중히 해야지, 그치? 태섭.”
그 뒤로 송태섭 길들이기는 일사천리였다. 처음에는 싫다고 발버둥 치길래 멀찍이서 찍어둔 여동생의 사진과 송아라 세글자 적힌 명찰을 보여주자 온순해졌다. 쉽다. 쉬워.
나는 그 작은 입으로 착실하게 좆 빠는 방법도 가르치고 스스로 뒷구멍을 풀어 남근을 무는 방법도 가르쳤다. 그러면서도 키스는 절대 싫다고 했던가. 그런 귀여운 아집이 하나 정도 있는 건 괜찮았지만, 뒷보지가 따먹힌 주제에 별걸 다 신경 쓴다고 비웃자 노려보는 눈이 꽤 매서웠다. 그래봤자 얼마 안 가 좆에 박히면서 앙앙 울어댔지만.
섹스 시작 전에는 머리를 내리고 오라고 했다. 그럼 그 꼴 보기 싫은 눈썹이 가려져 순해 보였고 눈빛은 표독스럽기보다 색기가 가득해 보였으며, 괘 곱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전히 움직임은 반항이 가득했지만 내 명령이라면 결국 따르는 그 상반된 모습이 음욕을 자극했다.
수업이 끝나 아무도 없는 3학년 교실에 송태섭을 불러 준비를 시켰다.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고개를 까딱이니 내 앞에 얌전히 무릎 꿇고 지퍼를 내린다. 아직 발기가 덜된 좆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송태섭은 이제 물렁물렁해 보일 정도다.
“야. 그러고 보니 정대만 그 씹새. 다시 농구 한다며? 이영걸 그 새끼도 응원한다고 지랄이고.”
정대만과 이영걸 이름이 나오자 앞뒤로 움직이며 열심히 봉사하던 입이 잠깐 멈췄다. 태섭?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지. 두 다리를 들어 등을 앞으로 당겼다. 그럼 작은 코가 내 음모까지 닿아 비벼진다. 입 안쪽에 가득 들어찬 성기가 혀에 자극받으면 그제야 내 입에서도 만족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온다. 오늘은 재밌는 거 할 거니까, 너무 조르지 마. 으웁… . 그래. 벌겋게 물든 눈동자와 볼, 침으로 범벅이 된 입술이 보기 좋았다. 곱슬거리는 머리를 쓰다듬다 홱 잡아서 뒤로 젖혀 입 안에서 최대로 발기한 것을 꺼냈다. 정성스럽게 빨린 좆은 침이 잔뜩 묻어 불알까지 축축했다. 이 정도면 그냥 박아도 괜찮겠지.
“창문으로 가.”
“창문은 왜요.”
“어차피 박힐 텐데 이유가 궁금해?”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는지 녀석이 눈가를 찡그리며 창문 쪽에 가 허리를 내 쪽으로 붙인다.
“위에도 다 벗자.”
만세~ 두 팔을 들어 올려 흰 카라티를 훌렁 벗겨내 교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넣기 좋으라고 들어 올린 엉덩이 사이에 반들거리는 좆을 비비며 속삭였다. 태섭, 그거 알아? 넌 내가 따먹은 놈들 중 최고야. 뒤가 진짜 보지 같다니까. 정대만이 그래서 널 그렇게 괴롭힌 걸지도? 삽입 전에 이런 말들만 골라 귓가에 속삭여주면 녀석은 고개를 떨군 채 어깨나 엉덩이를 잘게 떨었다. 그게 또 별미라 안 할 수도 없고.
창문에 가슴을 밀착시키자 유리가 차가웠는지 몸이 움츠러드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좆을 깊숙이 단번에 박아 넣었다. 뜨거운 내벽이 달라붙듯 물어온다. 으오옥, 읏으. 단번에 꿰뚫리며 전립선을 긁어준 게 좋았는지 목 안쪽에서부터 꼴사나운 소리를 내는 게 조금 귀여웠다. 엉덩이를 부딪히며 팡팡 쳐대자 녀석의 머리가 젖혀지다 힘 없이 떨어지고 좌우로 흔들렸다. 명기가 진짜 있다면 바로 이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다.
“아 존나 좋아.”
너도 좋지? 쿡쿡 찌를 때마다 움찔거리는 지점을 집요하게 문지르고 쑤셔대니 마구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고집 세기는. 퍽퍽 쳐 올리는 속도를 올릴수록 송태섭의 자세가 무너져간다. 야, 야 정신 차려. 손을 앞으로 뻗어 유두를 잡고 비틀자. 으앙, 힉. 앙대. 하는 귀여운 말도 내뱉는다. 공들여서 유두를 개발한 보람이 있다. 다른 곳보다 효과가 제일 좋았다. 반항심이 얼굴에 비칠 때마다 옷 위로 살살 긁어주거나 쿡 찌르는 것만으로도 얼굴 근육이 느슨히 풀릴 정도였으니. 처음 봤을 때보다 통통해진 유두를 이로 잘근거리다 혀를 바짝 붙이고 젖 물듯 있는 힘껏 빨아들이면 물을 뿜으며 자지러지기도 했다. 여자도 이 정도는 아냐 태섭~ 검지와 엄지로 양 젖꼭지를 동시에 쭈욱 잡아당기며 돌리니 아읏. 흐으앙, 아! 하면서 또 경련한다. 하하, 태섭. 그렇게 크게 소리 내면 창밖에서 본다고.
그러다 갑자기 녀석이 앓던 것도, 온몸을 달달 떨던 것도 뚝 멈추더니 자지가 터져버릴 정도로 내벽을 꽉 조였다. 엉덩이를 살살 쳐보면서 물었다.
“뭐냐 갑자기? 존나 조이는데”
“흡…”
송태섭의 시선은 창밖의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걸어가는 한 사람을 향해있다. 짧은 머리에 북산 농구부 져지를 입고 터덜터덜 체육관을 향해 걸어가는 놈.
“뭐야 정대만?”
“… … .”
“태섭.”
턱턱턱 허리를 잘게 털며 물었다. 너! 설마. 아니지? 밖에서 올려다보면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창가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팔을 뻗는 녀석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귀 끝이 붉어지는 걸 분명히 보았을 뿐.
“정대만 좋아하냐?”
정곡을 찔렸는지 구멍이 옴찔거려 웃음이 절로 났다. 지금까지 왜 나한테 강간당했는지 알아? 정대만이 그날 널 옥상으로 불렀기 때문이잖아. 잊었어? 밀려드는 흥분과 우월감에 불알에 정액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 잘난 정대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송태섭을 가졌다는 사실이 음욕을 더 부추긴다. 엉덩이를 잡고 빠르게 움직여 꿈틀거리는 안쪽에 멈춰 가득 사정했다. 후우… 시원하다. 좆을 빼내자 다물리지 못한 구멍 밖으로 흘러내리는 액체를 본다. 녀석이 손으로 닦아내려 하자 그러지 못하게 막았다.
“왜 보기 좋은데.”
그 대신 송태섭을 창가에서 떼어내 정액 범벅인 자지를 입에 물려 청소하게 한다. 풀린 눈으로 혀를 놀리는 녀석을 보니 머릿속을 스치는 또 다른 가능성에 이번에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만약 그 옥상에서 송태섭의 미묘한 눈빛과 태도를 보고 정대만이 알아차린 거라면? 그러니까 정대만 그 새끼도 송태섭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래서 그날 애매하게 마무리 된 거라면?
“이 새끼들이 쌍으로 지랄했네.”
작은 뒤통수를 쥐고 목구멍 안으로 자지를 깊게 찔러넣었다.
재밌는 걸 알게 되었으니 송태섭을 더 괴롭히기 위해 체육관에 홀로 남으라 했다. 늦은 밤 농구부 라커룸에서 붉은색 7번 유니폼을 입고 나를 기다리는 송태섭은 또 새로웠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헐렁이는 유니폼 안으로 목과 팔 안쪽이 눈에 들어온다. 야한데. 매끄러운 재질의 유니폼 끝을 매만지니 녀석이 불경하다는 듯 옷깃을 손에서 빼냈다.
“정대만 유니폼은 없어?”
“… … 그건”
“내가 입고 박아줄까 했지.”
그럼 너 지난번처럼 존나 조여줄 거 아냐? 뭐~ 없으면 말고. 정대만 락커 앞에 서서 엉덩이 뒤로 내밀어. 명백한 경멸의 눈빛을 받으며 정대만이라는 이름 세글자가 박혀있는 철문 앞에 녀석을 몰았다.
“자위해. 앞 말고 뒤로.”
캠코더를 맞은편 선반에 올려두고 송태섭의 몸이 잘 보이게 확대한다. 동요하는 갈색 눈이 나를 향해있다가 캠코더의 렌즈를 본다. 녀석이 침을 삼켰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유니폼 하의를 내린다. 발목께로 내려온 하의를 옆으로 치우고, 앞서서 전해줬던 굵은 딜도를 쥔다. 살색 말고 검은색을 골랐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잘 보이게, 알지? 태섭.”
안그럼 처음부터 다시 찍을 거니까. 그 말에 태섭은 등을 돌리고 허리를 숙여 다리를 벌린다. 젤을 손에 가득 짜서 딜도 겉을 도포하고 손에 남은 것으로는 회음부를 스스로 매만지며 충분히 적신다. 다물린 구멍을 한 손으로 벌리고 딜도를 쥔 다른 손으로 구멍에 끝을 맞췄다. 벌름거리는 구멍으로 검은색 물체가 밀려들어 간다. 조금씩 숨을 길게 내뱉으며 떨리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보기 좋다.
“흐응…”
장난감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구멍을 빠듯하게 넘어갈 때마다 입에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그게 싫었는지 태섭은 결국 구멍을 벌리고 있던 손을 입으로 옮겨 꾹 막는다. 재밌는 광경이지만 모든 게 느려터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녀석의 옆으로 다가가 반쯤 들어간 딜도 끝을 콱 눌러 넣었다. 흐윽! 놀란 태섭의 몸이 정대만의 락커에 부딪혔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방안을 요란하게 채웠다. 태섭의 손이 마치 정대만을 찾는 것처럼 애틋하게 철제문을 쓸었다. 지랄하네 진짜. 심술이 나 딜도를 앞뒤로 빠르게 움직여 내부의 약한부분을 퍽퍽 찔러주니 다리를 달달 떨다 무릎을 굽힌다. 욱! 응, 하, 아으..! 태섭, 가만히 있어. 엉덩이가 캠코더를 향하게 다시 자세를 맞춰주고 볼기짝을 내리쳤다. 오른쪽 한 대, 왼쪽 한 대 번갈아 가며 짝 짝 소리가 울릴 때마다 태섭은 눈에 별을 띄우고 침을 뚝뚝 흘렸다. 시, 시러... 앞을 보니 발기한 좆에서도 말간액이 나와 기둥을 타고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맞으면서 느꼈어? 하여간 음란해서는.”
손바닥에 차가운 젤을 짜 붉게 손자국에 올라온 엉덩이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불시에 한 번씩 더 번갈아 짝짝 때리자 태섭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으응! 읏!! 그래도 안 가고 버티다니, 오늘은 좀 길게 즐길 수 있겠다.
“장난감이 그렇게 맛있어? 태섭.“
구멍이 오물거리며 꽉 물고 있던 딜도의 끝을 잡고 휘젖다가 훅 빼내자 울퉁불퉁한 부분들이 전립선을 긁어 댄 건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움찔거린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좆을 바지에서 꺼내 아직 벌름거리는 구멍에 맞췄다.
단번에 좆을 밀어 넣으려는데 그 순간 라커룸 문이 소리 없이 활짝 열렸고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둔탁한 것이 머리를 강타해 옆으로 자빠져 버렸다.
“이런 씨발, 어떤…새”
“… … .”
귀에서 이명이 가기도 전에 소리를 버럭 지르자 상대는 말 없이 내 명치와 옆구리를 연달아 발로 깠다. 첫 충격에 숨이 턱 막혔고 이어지는 충격에는 갈비뼈 두세 개가 나갈 것 같아 두 팔로 감싸 움츠렸다. 크헉. 그러자 상대는 체중을 실어 발목을 짓이겼고 그 고통에 순간 몸을 파드득 펴자 그대로 손을 짓 밟혔다. 마디가 꺾이며 우두둑하는 생경한 소리가 났다.
“으아악!”
도망치려 바닥을 기자 그대로 머리를 까이고 짓밟혔다. 볼이 바닥에 닿았고 올린 발에 힘이 들어가자 피와 침에 눌러 바짝 붙었다. 당장이라도 터트릴듯한 압박에 두려움이 커졌다. 씨발, 씨발... 이 새끼 이거 진짜 죽이려고. 오른눈 앞이 검붉고 눌리고 터진 입에서 피 맛이 났다. 허억. 그러다 멀어진 신발이 머리통을 뒤집어 앞코로 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들리는 저음의 목소리.
“왜.”
“씨이, 발… .”
내 욕지기에 머리를 다시 내리 누르는 힘 너머로 얼굴을 얼핏 봤다. 초점이 맞지 않았어도 모를 수가 없다. 정대만이었다. 당장이라도 찢어발길 것 같은 분노와 경멸이 파괴욕과 합쳐져 웅웅거리며 나를 깔보고 있었다. 이럴 수 있었으면서 송태섭한테는. 모멸감에 올려다본 왼 눈깔 위로 밑창이 옮겨왔다.
“왜 니가 여기에 있냐.”
“……좆 같은 …새끼가…”
코 위로 힘이 가해지자 고함을 지르며 손으로 그 오른발을 붙잡았다.
SIDE 【 B 】
최근 송태섭의 상태가 불안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농구부 활동이 끝나자마자 빠릿하게 떴을 텐데 갑자기 홀로 남아 더 정리하고 집에 가겠다 하고… 한마디로 거슬렸다. 목덜미나 허벅지에 파스나 밴드 같은 걸 붙이는 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신경을 건드렸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냐. 좋지 않은 느낌에 입안이 썼다. 집을 향해 걷던 걸음을 다시 돌려 체육관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코트 위에는 농구공이 아직 정리 되지 않아 그대로였고, 있어야할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짝 열린 라커룸을 확인하니 몇 개월 전까지 이영결과 함께 다니던 새끼가 있었다. 눈이 빠르게 공간을 읽었다. 녹화 중인 캠코더 앞에 알몸으로 뒤를 들이민 태섭은 눈가가 일그러져 있었다. 그놈은 태섭의 엉덩이에 깊게 박혀있던 딜도를 상하좌우로 휘젓다가 단번에 뽑아낸다. 투두둑하고 점성을 가진 액체가 딜도와 구멍을 이어 길게 늘어났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다물리지 않은 그 구멍에 발기한 좆을 가져다 대는 그놈의 표정은... ... .
이성이 제대로 된 생각을 만들어 내기 전에 안으로 들어가 그 면상에 주먹 부터 꽂았다. 우당탕 요란스럽게 넘어진 덩치의 흉곽을 제일 먼저 걷어찼다. 컥, 컥 숨을 힘겹게 내뱉는 것 조차 역겹게 느껴져 한 번 더 가격하고 머리를 짓이기듯 눌렀다. 그런데도 욕을 내뱉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힘을 싣기 좋게 자세를 바로 잡자 녀석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오른발을 잡았다. 밀어내려 악바리를 쓴다. 마치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벌레 같았다.
“안 돼.”
제발요. 선배, 우리... 곧 경기... ... .
보잘 것 없어보이는 머리, 아랫배, 고환 따위를 터트리기 위해 누적되던 분노가 가느다란 목소리에 빠져나갔다. 그 틈에 벌레 새끼는 기어서 도망치려 했고 나는 발로 그 등을 짓눌러 멈춰 세웠지만 바닥에 주저 앉아있던 태섭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만… .”
이 순간에도 걱정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는 너를 거역할 수 없어서, 기어이 발을 거뒀다. 그 새끼는 바짝 바닥을 기다가 열린 문 앞에서 바들거리며 일어나 절뚝절뚝 도망쳐버렸다.
온 몸의 맥이 날뛰는 것 같다. 주먹부터 팔까지는 핏대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풀리지 못한 분노는 녹화 중이던 캠코더로 향했다. 벽으로 집어던진 캠코더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소리에 놀라 겁먹은 듯한 너의 표정은, 겨울날 옥상에서도 농구부를 없애기 위해 찾아온 코트 위에서도 본 적 없는 표정이어서 내 마음은 추락해버렸고... .
“… … 송태섭.”
이름 세글자만 입에 담았다. 더는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어 그저 외투를 벗어 맨다리 위로 덮어줬다. 그리고 당황과 수치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 나, 괜찮...”
“앉아 있어. 정리할 테니까.”
전혀 안괜찮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려는 걸 끊어냈다. 남은 분노를 억지로 눌러 참으며 청소 도구나 깨끗한 타올 따위를 가지러 나가겠다고 하자 녀석의 두 손이 급하게 내 바지를 잡고 놓지 않았다.
“선배 … !”
어느새 물기가 가득해진 갈색 수반에 음욕에 팔팔 끓고 있었다. 그 수반 위로 비쳐진 내 얼굴에 깃든 감정이 분노에서 성욕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걸 느낀다. 최악이다. 이거야말로 “안 돼.” 라고 너는 나에게 말해야 한다. 눈썹을 달리 뜨며 나에게 호통쳐야 한다. 제발, 송태섭. 부아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저 입에서 나올 말을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만 있었다.
“… … 나랑 할래요?”
두 눈이 커지고 나는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태섭이 나를 벤치에 앉혔다. 내 무릎 사이를 조심스럽게 벌리고 그 앞으로 기어와 고간을 손으로 문지른다. 태섭의 벌름거리던 구멍을 봤을 때부터 이미 빳빳하게 서 있던 성기의 윤곽을 부드럽게 간지른다.
“… 아”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내리자 얼굴 앞으로 퉁하고 튀어나온 자지에 너는 조금 당황한 듯 짧게 탄식하다 침을 삼켰다. 그렇다고 하려던 일을 멈추진 않았다. 내 허벅지에 작은 손을 올려 더 넓히더니 붉은 혀를 길게 내밀어 불알부터 귀두 뒤쪽까지 꼼꼼하게 핥고 빨아올린다. 지금까지 받아봤던 어떤 펠라보다 야하고 진득해서, 달아오른다. 태섭의 눈이 대만을 올려다본다. 좋죠? 눈빛으로 묻는다.
“그 새끼가 널 이렇게 만든 거냐?”
“흐응♡”
“… 하.“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놈한테 개발된 모습을 보고 좋아할 새끼는 없다. 역시 찾아내서 죽여버려야겠지. 또 다시 끓어오르는 분노에 흥분을 덧씌워 고개를 젖혔다. 천장을 향해 숨을 뱉었다. 작은 입이 기둥의 절반 정도를 물고 빨며 애썼다. 그 모습에 괴롭고 안타까우면서도 상반된 나쁜 마음이 크기를 키운다.
“힘들면 빼도 돼.”
“우응, 읍우”
내 말에 녀석은 더 자지를 깊게 물더니 눈물을 흘리며 목구멍을 열었다. 씨발, 목구멍을 열었다고… . 울어야 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 더이상 입이라 할 수 없는 깊은 구멍까지 좆이 들어차자 녀석의 손이 내 허벅지 위에서 달달 떨린다.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아 고정하고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면 얕았던 숨조차 가로 막혀 움찔거린다. 좁은 점막을 왕래하느라 추잡한 소리가 귀 속을 계속 때렸다. 올라붙는 혀와 귀두를 끊임없이 압박하는 느낌에 더는 참지 못하고 입안 가득 정액을 흘려보냈다.
“욱, 흥으… ♡”
괴로울텐데도 헛구역질 소리 하나 없이 꿀꺽꿀꺽하고 내 정액을 삼키는 그 모습에 욕을 씹으며 고개를 돌리자 태섭이 비릿하게 웃으며 일어나 나를 벤치 위에 밀어 눕혔다. 내 왼 가슴에, 심장 위에 손을 얹어 가볍게 무너뜨린다. 내 두 볼을 감싸 자신을 보게 한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 괴로워하면서도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도취해 붉게 뜬 얼굴. 눈을 찡긋 감고 웃는다. 왜,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내가 너에게 했던 짓에 대한 복수나 형벌 같은 거냐? … 그렇다면... ...
“… …”
“나, 선배 좋아해요.”
믿어줘요. 잘 할 테니까. 응? 내 배 위로 단숨에 올라타더니 그 새끼가 대고 있던 구멍을 내 좆에 맞추고 허리를 조금씩 내린다.
“…으응, 커…어…”
거짓하나 없는 솔직한 감상에 입안을 씹었다. 녀석의 입 속보다 더 꽉 조이며 오밀거리는 내벽에 나는 태섭의 허리를 급하게 잡았다. 더는 할 수 없다는 거짓된 최후의 발악이었다. 바들바들 떠는 내 손 위로 작은 손이 겹쳐졌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발 내 안으로 들어와 줘.
귓가에 속삭이는 말은 달콤하다 못해 녹아내린다. 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말을, 그런 말을 단단하던 그 송태섭이 하고 있다. 아, 이건 형벌이 맞구나. 내 손은 결국 그 허리에서 떨어지고 태섭은 나를 온전히 품었다. 팔을 들어 올려 교차해 얼굴을 가렸다. 씨발… 온 가슴에 날카로운 파편들이 박힌 듯 괴로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좆으로 뭉툭하게 튀어나온 아랫배, 그 부분을 소중하다는 듯 쓰다듬으면서 태섭은 나를 향해 말했다.
“여기, 까지는…♡… 들어온 적 없어.”
그러니까, 선배가 처음이나 다름 없어요. 그 말을 끝으로 태섭은 허리를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러브젤과 체액으로 경박한 물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내 배 위에 두 손을 얹고 개구리 같은 자세로 엉덩이를 올렸다 내리던 녀석은 중간중간 오르가슴에 멈춰 경련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아한다해도 강간당하고 있던 후배를 안는다고? 미친 거냐 정대만. 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일만큼 좋아서, 흥분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 안의 무언가가 계속 저울질한다.
“… 네가 원한다면, 헉… 못 본 척 하려 했어.“
“웃♡… 우응?”
혼자 움직이며 덜렁거리는 녀석의 상체를 끌어내려 품에 가뒀다. 흥분에 훅훅 내뱉는 뜨거운 숨과 할딱이는 몸이 가슴께에 느껴졌다.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을 내려 엉덩이를 꾹 붙잡고 허리를 한번 크게 튕기자 허억!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그 뒤로도 몇 번 크게 움직여 더 깊게 꾸득꾸득 자지를 밀어 넣는다. 가장 안쪽, 오밀하게 다물려 있는 곳이 귀두 끝에 닿은 듯한 느낌이다.
“근데, 네가 먼저 내가 좋다고 하니까.”
“하억…! 서.. 선배!”
넣은 채 포지션을 바꿔 태섭을 눕혔다. 이제 천장이 아닌 송태섭만이 시야에 가득 찬다. 얇은 두 발목을 잡아 들어 어깨에 고정하고 그대로 그 위로 몸을 겹쳐 짓눌렀다. 많이 당황한 듯 녀석의 손이 내 어깨를 힘 없이 밀어낸다. 하지만 아래는 밀어내려는 저항 없이 끝을 기어이 열어젖히려는 좆을 받아 감싸 수축한다. 하아. 입에서 감탄이 났다.
“허억, 잘… 하겠다고 하니까.”
“이,거! 너무 깊,.. 아악!”
태섭의 목뒤로 팔을 교차해 움직이지 못하게 끌어안고 허리 짓을 이어간다. 퍽 퍽 박을 때마다 작은 몸이 올라가면 눌러 내리고 결장 입구를 열어 귀두가 자리 잡을 때까지 집요하게 굴었다. 못 움직이게 체중을 싣고 눌러 박는데도 녀석의 허리가 붕 떴다. 살짝 고개를 들어 확인한 녀석의 얼굴은 가관이다. 과하게 느낀 나머지 입에서 침이 흘러넘치고 눈은 넘어가기 직전이다.
너도 나도 후회 가득한 시간의 연속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오늘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울고 떼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런 때가 온다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다. 봐라, 송태섭. 네가 고른 선택이고 내 손에 쥐여준 결과야. 네가 어디까지 그새끼에게 먹혔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널 가질 거고 영혼까지 먹어 치워줄 테니까.
“나도 너 좋아해.”
SIDE 【 C 】 #1
좋아한다는 말에 좋아한다는 답을 듣자, 정신도 몸도 정대만으로 가득 차올랐다. 커다란 손이 턱을 잡아 들어 올렸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가 있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가오는 선배의 흥분한 얼굴에 눈만 감아 다물었다. 코가 먼저 닿고 그다음에 말랑한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긴 입맞춤 뒤에는 언제부터 흐르고 있었는지 모를 침을 목젖에서부터 핥아 올라와 입술을 깨물었다. 첫키스는 결국 정대만이 가져갔다. 그 사실만으로도 온 몸이 저릿저릿하게 전율한다.
스스로도 인지해본 적 없는 몸의 가장 깊은 곳이 집요하게 문질러지며 괴롭힘 당한다. 선배가 허리를 크게 움직이면 온 몸이 자지와 함께 딸려 나갔다가 다시 자리를 찾는 것 같다. 선배는 내 머리를 꼭 끌어안고 하체를 일정하게 움직여 박아댄다. 자극을 끊이지 않게 주려는 것 뿐만 아니라 열면 안될 곳까지 열어 헤치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 입구에 좆머리가 비벼지면 나는 비명을 질렀지만 선배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이러다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 실제로 너무 좋아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것도 맞지만. 온 몸이 결박 된 상태에서 무엇을 시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벤치에 내리고 있던 팔을 들어 정대만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 목덜미에 입을 하염없이 맞췄다. 정대만의 비뚤어진 흥분과 다정함, 전부 내 품에 끌어 안았고 흘러넘치려는 건 전부 받아마시는 상상을 했다. 과하게 느끼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나를 내려다 보는 선배의 얼굴이 괴로워 보여서 알았다. 언젠가 커다란 거울 앞에서 하던 날, 바보같이 혀를 내밀고 눈물을 꾹 참고 붉어진 내 얼굴을 본 적 있다… 지금 그런 모습이라면... 읏! 갑자기 선배가 내 어깨를 물었다. 가슴으로 내려와서는 살을 빨아들여 작은 키스 마크를 여기저기 남기다 봉긋하게 발기한 젖꼭지를 이로 씹는다. 으르렁거리듯 작게 읊조렸다.
“송태섭.”
”선배, 제발…”
“네가 말하는 ‘선배’는 누구야. 이름을 말해.”
“흐… 흐으아! 정… 정대만.”
“계속 불러.”
한 번 더 자세가 바뀌었다. 나를 안아 들고 제 라커 앞에 엎드리게 하더니 뒤에서 턱 턱 치댄다. 대만의 손이 허리와 엉덩이를 주무르다 빠듯하게 벌려진 애널의 경계를 만지는 게 느껴진다. ‘무엇’이, ‘누가’ 네 안에 있는지 똑똑히 기억해두라는 것 같다. 아아아… 후배위로 박히면서 헛구역질이 아니라 쾌감을 토해내는 건 처음이다.
선배, 나 갈 거 같아. 그 말에 대만의 한 손이 아랫배를 지긋이 눌렀다. 허윽?! 예민해진 안쪽이 눌려져 비정상적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정대만의 크기를 받아내는 것도 벅찬데 커다란 손이 외부에서 압박하면. 이, 이런 거 몰라. 선배 자, 잠깐. 꽂힌 채 두려움에 버둥거리자 이번에는 두 손이 동시에 배를 누른다. 허억! 강제적으로 더 좁아진 내벽에 더 부풀어 오른 좆을 빠르게 박아대며 대만도 신음한다. 전립선이 뭉개지면서 눌린 쾌락의 버튼에 더는 참을 수 없어 라커에 픽픽 정액보다 맑은 물을 뿜어 더럽히고 말았다. 가버렸는데도 대만은 멈추지 않고 굽혔던 무릎을 펴 박아 쳐올린다. 키가 맞지 않아 발 끝이 바닥에 살짝 닿았다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중심이 앞으로 쏠려 두 손으로 맥없이 잡고 있던 라커에 볼이며 이마가 부딪혔다. 힘 없이 텅, 텅 울리는 소리를 몇 번 들었을까, 마지막 소리 끝에는 대만이 나를 껴안고 부들거리더니, 뱃속에 잔뜩 사정했다.
“정, 대만…, 대.. 만…”
후희에 가득 차 그 이름만 애타게 찾아댔다. 대만이 몇 번 허리를 털더니 느리게 빠져나간다. 바들바들 떨면서 가만히 있었다. 배 안쪽을 가득 채웠던 정액이 울컥하고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발목까지 타고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 버렸다. 급한 대로 나를 외투 위에 앉히고 입고있던 흰 티셔츠를 벗어 내 몸을 닦아주는 선배의 표정은 고요하다.
“잠깐 있어.”
수건이랑 물 가져올게. 대만이 바지만 걸치고 라커룸을 떠나간다. 그리고 문 앞에서 누군가와 바로 통화하는 게 얼핏 들렸던 것 같다.
SIDE 【 C 】 #2
빛나는 여름날의 정대만은 눈부신 파편으로 송태섭의 가슴에 5년 넘게 박혀있었다. 박혀있던 파편은 처음 손바닥 만했는데, 이제는 크기를 키워 마치 기다란 창 같다. 그래서 태섭이 대만을 좋아하게 된 건 거스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길게 관통한 파편은 홀로 빼내지도 찔러 넣을 수도 없으니까.
누군가는 그것을 운명이라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태섭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더 아름답고 고고해야 할 것이다. 체육관 앞에서 부딪혀 시비 걸고, 옥상으로 나를 불러내고, 당신이 코트 위에서 분노를 휘두르던 그런 빛바랜 날을 떠올리면 당신도 운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고.
태섭이 고개를 돌려 어두워진 창밖을 본다. 일어나 대만의 젖은 티셔츠를 걸쳐 입으니 아슬아슬하게 아래가 가려진다. 그리고 박살이 난 캠코더 파편 사이를 맨발로 슥슥 밀어내다 발견한 SD카드를 집어 든다.
선배 그거 알아요?
그 새끼가 감히 송아라를 입에 올렸어요. 송아라가 내 동생이라서, 나랑 길을 함께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려진 거라고요. …나는 망가져도 상관 없어요. 삶이 좆같아도 아무렇지 않은 척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새카만 게 송아라에게 묻어나는 건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라서요. 생각이 거기까지 닿으니까, 그 새끼가 지껄였던 수 많은 말 중에 맞는 말은 하나 있었구나 싶었어요.
【 지금까지 왜 나한테 강간당했는지 알아? 정대만이 그날 널 옥상으로 불렀기 때문이잖아. 잊었어? 】
그런데 나는 당신을 좋아해서... 당신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 형형하고 커다란 파편이 가슴에 더 깊이 파고들어 숨쉬기가 어려워요. 나를 이렇게 만든 당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과 감히 그런 생각을 한 나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해요. 그러니까 이건, 운명이 아니라 저주죠. 그래서 상상해봤어요. 저주받은 나를 선배가 남김없이 먹어 치우면 어떻게 될까, 하고.
당신도 꼬챙이에 꽂혀 너덜거릴까?
아니면 평생 나를 보며 원망하려나?
물을 적신 수건과 포카리스웨트 캔을 양손에 쥐고 나타난 대만을 향해 태섭은 웃으며 팔을 벌렸다.
대태날이 오기 전에 험한 것을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